한국일보

카파도키아 공원 동굴도시

2006-03-07 (화)
크게 작게
카파도키아 공원 동굴도시

이스탄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인 소피아 박물관.

독자 여행기 그리스·터키 <3·끝>
노정열씨

박해받던 초대 기독교인 〃피의 절규 ˝생생

지하 미로 10km, 1만여명 거주
교회·학교·시장등 생활공간도

어슴푸레한 새벽녘에 차창을 통해 보이는 도시 근교는 온통 흙색의 향연이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나는 금방 이 나라 땅이 비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나라에서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는 곳마다 음식이 너무 맛있다.
채소와 과일은 바로 밭에서 따온 것 같이 신선했다. 온갖 샐러드 위에 뿌려진 현지 생산 올리브유가 그렇게 맛있고 향기로운지 전에는 몰랐다.
추수하는 계절인데도 불구하고 소규모의 목화 밭과 올리브 밭 외에는 추수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넓고 넓은 터키 땅은 대부분 놀고 있었다. 이 땅을 전부 경작한다면 전 유럽이나 아니 전 아프리카를 먹여 살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고 순진해 보이는 터키인들, 가는 곳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첨탑들과 하루에 5번 울리는 이슬람 기도소리가 기이한 선율로 귀에 다가왔다. 나는 그들의 신앙심에 진심으로 경이를 보냈다.
기독교 박해지역인 카파도키아(Cappadocia) 국립공원에서 본 괴암 굴들은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할 말이 없다. 수백만년 전 인근 활화산에서 폭발한 화산재가 바람에 불려와서 쌓이고 또 쌓이는 동안 안으로는 무시무시한 침식과정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세계 8대 불가사이라고나 할까. 터키를 방문하는 사람은 결코 이 곳을 지나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초대 기독교인들이 로마 황제의 박해를 피해 250년간 은신생활을 했던 곳이다. 두 개의 큰 동굴은 10km의 길로 이리저리, 위아래 사방으로 미로를 만들고 있다. 동굴도시의 전 인구는 1만여명, 방은 2,400개 정도였다고 한다. 이 동굴도시에는 교회, 학교, 시장 등의 생활공간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훨씬 이전에는 아마 원시인들이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스탄불, 활기찬 도시다. 전문가가 아닌 나 같은 여행객의 눈으로, 피부로 전달되는 이 도시의 엄청난 에너지는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 지형적 조건, 즉 육지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고, 바다로는 흑해, 에게해, 지중해에 깊숙이 몸담고 있는 이 점이 바야흐로 동서 문화, 경제, 교통의 중심지가 되기에 합당했다는 것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소피아 박물관(전 성당), 불루모스크를 포함한 이슬람 사원들의 침봉이 여기저기 우후죽순 같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장엄한 모습들은 여행객들에게 적지 않은 감회를 선사했다. 세계의 수도를 정한다면 이스탄불이 될 것이라는 말은 지당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20대라면 이 곳에서 세상을 다시 한번 멋지게 살아보고 싶은 충동을 보스포로스 해협 관광선을 타고 마르마라해를 가르면서 느꼈다.
근대사에 있어서 오토만 새 공화국의 탄생과 멸망 그리고 마지막 황태자의 슬픔이 서려 있는 땅. 6.25동란 때 우리 조국 한반도에 참전했던 나라. 그래서 우리를 형제라고 부르며 반가워하는 터키인들, 터키는 남다른 애정이 가는 나라이다.
이리하여 아테네, 고린도, 델피, 데살로니카, 빌립보, 버가모, 에베소, 안디옥, 카파도키아, 이스탄불로 이어지는 10박11일의 여정이 숨차게 끝났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