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신도의 성경 이야기 ‘바울과 그의 편지’

2006-01-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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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은 기독교의 형성에 있어서 예수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다. 신약에 포함된 책을 누구보다도 많이 썼고, 예수 운동을 이방인에게 전파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원래 열성적인 예수 운동의 박해자였는데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한 예수를 만나는 체험을 통해 예수 운동의 제일가는 사도가 됐다.
흔히, 신약의 27권 중에서 13권을 바울이 쓴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13권 중에서 일곱 권은 바울이 쓴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근래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일곱 개의 편지는 50년대에 썼고, 그 것을 쓴 연 순으로 보면 데살로니가 전서, 갈라디아서, 고린도 전서와 후서, 빌레몬서, 빌립보서, 그리고 로마서이다.
골로새서와 에베소서 그리고 데살로니가 후서는 누가 쓴 것인지 확실치 않다. 많은 학자들은 이것은 바울이 쓴 것이 아니고 바울이 죽고 난 후 누군가가 바울의 이름을 빌려 썼을 것으로 여긴다. 나머지 세 편지는 바울이 쓴 것이 아니라는 데 거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 세 편지는 디모데 전서와 후서, 그리고 디도서인데 이를 ‘목회 서신’이라고도 한다.
바울의 편지는 그의 사역에 중요한 몫을 했다. 바울은 공동체를 설립하고 그 곳을 떠난 후에 그 공동체와 편지를 통해서 계속 연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울의 편지는 공동체에서 받은 편지의 답장이거나, 그 공동체의 소식을 전해 듣고 쓴 것들이다. 특히 바울은 이미 그의 메시지를 직접 들은 공동체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기 때문에 그의 편지는 바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룬 것이 아니고 각 공동체의 당면 과제나 관심사들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의미에서 바울의 편지의 주제는 바울이 정했다기보다 각 공동체 사람들이 정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사상에 올랐던 음식을 먹어도 되는 건지, 크리스천 모임에 여자들이 베일을 써야 하는지 등의 사소한 문제들을 다룬 경우가 많다. 로마서를 제외하고는 바울의 편지를 그의 메시지가 요약되어 있는 것으로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바울은 주후 60년대 네로 황제 때, 그가 기독교를 전파했던 로마에서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울이 은유적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고 했던 말은 현실이 되고만 것이다.
중요한 세계적 종교의 초기 형성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두 인물이 당국에 의해 함께 처형된 종교는 기독교뿐이다.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 병들고 가난했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쁜 소식을 전했던 예수, 그리고 예수운동의 창시자 바울이 그처럼 가혹한 처형을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계의 연구에 의하면 바울이 처형당했을 때의 크리스천 수는 2,000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희랍과 소아시아에 흩어져 있던 이렇게 작은 수의 크리스천이나 바울이 로마제국에게 그렇게 커다란 위협이었을까? 예수와 바울의 메시지와 그들의 비전 속에는 예나 지금이나 지배층을 불안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지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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