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는 왜 싸우는 가’★★★★

2006-01-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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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We Fight)

‘전쟁광’미국 분석, 통렬한 기록물

민주주의의 챔피언 미국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끊임없이 전쟁을 하면서 제국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묻는 통렬한 기록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충격과 깨달음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우리 시민들은 히드라와도 같은 거대한 전쟁 괴물의 복합체인 미국의 정치가들과 군대와 군수산업체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에 몸에서 한기가 난다.
이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는데 철저히 좌파적이요 진보적이어서 부시파들이 보면 분개할 것이다. 제목은 2차대전 때 군인 사기 고취용 기록영화를 만든 할리웃의 명장 프랭크 캐프라의 영화 시리즈 제목.
영화의 핵심은 미국의 전쟁은 넘쳐나는 군수물자를 소화하기 위한 짓거리라는 것이다.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임 연설에서 새로 형성되는 사악한 힘을 지닌 군수복합산업체를 경계하라고 국민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켰었다. 영화는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르면서 이 군수산업체가 이제 처치불가능의 유기적 초대형 괴물이 되어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영화는 비판한다. 이라크 전쟁도 그것의 한 예다. 군수산업업체는 연방 정부와 군대와 의회와 결탁해 자기들이 만든 ‘장난감’을 처분하기 위해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가면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이젠하워의 아들 존을 비롯해 존 맥케인 의원, 작가 고어 비달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이라크에 첫 폭탄을 투하한 스텔스기 조종사와 경찰과 군인 장교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전쟁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영화는 미국이 처음에는 우방국으로 무기를 제공하던 국가들을 후에 적으로 맞아 싸우는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어떻게 군수산업체와 정부가 한 통속이 되어 전쟁을 만드는 지에 대해 가차없이 메스를 가한다.
감동적인 것은 9.11 테러에서 아들을 잃은 뉴욕 경찰관이 처음에 이라크전을 적극 지원하다 부시의 허위가 밝혀지면서 자신의 호전성을 후회하는 모습. ‘우리는 왜 싸우는가’에 대해 은퇴한 한 여성 공군 중령이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더 이상 너희들의 지시대로 싸울 수가 없다고 저항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이다.” 유진 자레키 감독.
PG-13. 선셋 5(323-848-3500), 모니카(310-394-7741),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타운센터 5(818-981-9811) 사우스코스트 빌리지 3(800-FANDANGO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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