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불우이웃 돕는 훈훈한 연말

2005-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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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칼럼(종교전문기자·목회학박사)

뭔가가 뒤숭숭한 연말이다. 한국소식이 그렇다. 사학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어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 소식이다. 가슴 아프고 뒤숭숭하게 한다. 논문에 부분적 잘못이 있음을 시인한 황 박사다. 사학법통과로 종교계가 일어났다. 앞으로의 추이가 걱정된다. 모든 것이 다 잘 풀렸으면
좋겠다. 12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는 일주일 남았다. 이어 송년이며 새 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구세군 자선냄비는 딸랑딸랑 자선을 촉구하고 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행해지는 구세군자선냄비다. 그러나, 자선냄비를 통해 들어온 성금으로 따뜻하게 연말을 보내지 못하는 불우이
웃에게 사랑과 정성이 담긴 선물이 돌아감은 정말 값진 일이다.
구세군자선냄비 뿐만 아니라 각 교회와 사찰 등 종교단체와 비영리단체에서는 연말연시를 맞아 자선음악회를 여는 등 각가지 행사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고자 한다. 매년 돌아오는 연말마다 불우이웃을 돕자고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불우이웃을 돌아보며 살아왔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
아 실천에 옮겨도 늦지는 앓을 것 같다.

종교가 이 땅위에 필요로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종교에 몸담고 있는 종교인, 즉 신자들로 하여금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하게 하는 종교적 목적과 정신에 있다. 사람의 마지막은 종교로 귀결된다.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고 현세와 내세를 이어주는 종교는 현실적인 면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찾아가 의지해야 할 장소와 후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죄인을
구속하고 용서해주는 곳이 종교다. 이와 같이 죄 많고 가난한 사람들이 마지막 찾아 갈 곳은 종교다. 죄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누가 돌보아 줄 것인가. 사랑과 자비를 실천정신으로 하는 종교와 종교인들이 그들을 감싸주어야 할 것이다.


여러 나라를 여행해 보았지만 미국처럼 살기 좋은 나라도 드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은 청교도정신으로 세워진 나라라 축복을 받아서 살기 좋은 나라,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고도 한다. 근검절약 검소하게 살아가는 것이 청교도정신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살기 좋은 미국, 물자가 풍부한 미국, 기회를 잘 살리면 부자도 될 수 있는 나라 미국이다. 자
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인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살면 가난해질 수가 없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런 미국이지만 이곳에서도 가난하게 불쌍하게 정부의 도움이나 이웃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다. 뉴욕시 북쪽의 할렘에 가면 가난한 흑인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 땅에 사는 또 다른 가난한 사람들은 불법체류자들이다. 이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신분의 불확실성으로 하소연 한 번 못하고 살아간다. 한인들을 포함한 히스패닉 계 등 모든 불법체류자들에게 가장 좋은 소식은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사면을 내려주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물림하는 가난을 막으려면 똑똑하게 지혜
롭게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좋은 동네에서 부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부자들의 선조들이 쌓아 놓은 부를 대물려 잘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이민 역사가 300년이다. 처음 이민 온 유럽계통의 1세들은 한인들 1세처럼 모두 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2대와 3대로 이어지는 영어권 후손들은 나름대로 교육을 받아 좋은 직장에 들어가거나 자영 비즈니스를 통해 높은 인컴으로 살다보니 현재의 부자들이 되었을
것이다. 한인 이민의 역사도 그렇게 전개될 것은 당연하다. 이민 1세들의 노고와 땀으로 2세에게 물려준 교육 등의 자산으로 인해 2세와 3세들과 계속될 후손은 당당히 주류에 진입해 부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란 말이다. 1세들이 가져야 할 보람은 2세들, 3세들이 잘 되어 주류에서 당당하게
멋있게 살아가는 것이다.보람되게 연말을 보낼 수 있는 계기를 찾아보자. 우리의 이웃 중에 아무도 돌보지 못하는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 즉 소외받고 있는 이웃이 없는지. 이런 이웃을 직접 돕지 못한다면 방법은
있다. 자선냄비에 작은 정성을 보태거나 혹은 불우이웃돕기 자선행사에 참여하여 후원금을 내면 된다. 뒤숭숭한 한국 소식의 연말이라도 불우이웃을 돕는 훈훈한 연말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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