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2005-1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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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롱아일랜드)

우리는 지금 기독교에서 말하는 ‘Advent Season’(강림절 또는 대강절)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강림절’(降臨節)이란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내려오신 절기란 뜻이며 ‘대강절(待降節)’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을 고대하는 절기라는 뜻이다.

아무튼 Advent Season은 성탄절 전(前) 4주간인데 빠르면 11월 마지막 주일부터 시작되고 늦으면 12월 첫주일부터 시작되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끝난다.크리스마스라는 명절은 전세계인들이 다 함께 경축하는 축제일이며 상인들은 이 때를 연중 가장 큰 대목으로 여겨 매상고를 올리는 일에 혈안이 되어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다. 여기에 군중들이 합세하여 붐비며 흥청거리기 때문에 온 지구촌이 요란하기 이를데 없다.이 절기에 불려지는 주제곡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인데 시끌벅적한 상황 속에서 고요하고 거룩한 밤은 소리없이 사라져 그 자취를 감춘 지가 이미 오래다. 크리스마스의 참 뜻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군중심리에 휩쓸려 열광한다는 것은 무엇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은 인간을 죄악에서 구원하여 영생복락을 주기 위함이고 보면 인간 편에서 볼 때 크리스마스는 굉장한 경축일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엄청난 축제를 벌일만 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하나님 편에서 볼 때 하나님의 독생자가 천국 보좌의 영광을 버리고 낮고 천한 인간의 모습을 입고 죄악 세상에 내려오신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운 일이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마음의 자세로 성탄절을 맞이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다. 그러기 위해서 성탄절을 맞기 전 4주간의 시간을 두고서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신앙의 선조들이 Advent Season을 마련한 것이다.

강림절 기간 동안에 ‘인권주간’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 하겠다. 예수가 탄생하던 때의 사회상을 볼 것 같으면 힘없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인권이란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성경에 보면 그 당시 인구조사를 할 때에는 항상 아이들과 여인들은 조사의 대상에서 제외되곤 했었다.(보리떡 5개로 5,000명을 먹였을 때, 여자와 아이들 외에 5,000명이었다고 기록돼 있음) 심지어 신학자들의 모임에서는 “여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이 신발 한 켤레 값으로 팔려가는 사례가 있었으니(암 2”6) 이쯤 되면 특권층의 사람들 외에는 사람의 기본권마저도 박탈당했던 것이다.

하나님은 애당초 인간을 남녀노유 차별 없이 다 같은 인격자로 창조하는데 어찌 같은 인간끼리 이같은 죄악을 범할 수 있단 말인가? 이같은 참담한 정황을 가만히 좌시할 수 없어 급기야는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모습을 입고 이 세상에 하강하여 이 모든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아 시정하고자 함이 ‘성탄절’인 것이다.아기예수가 탄생하던 그 때와 오늘의 사회상을 비교해 볼 때 그 때보다 훨씬 더 악화된 세상이니 참으로 구세주의 강립이 간절히 기다려지는 때라고 하겠다. 정치세계야 그렇다 치더라도 경
건의 본을 보여야 할 종교계가 한술 더 떠서 부정과 부패를 연출하고 있는 형편이라면 오늘날 강림할 예수는 아기예수가 아니라 손에 철퇴를 잡고 심판주로 군림하여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12월 둘째 주일은 ‘성서주일’이다. 영원한 생명의 말씀인 그리스도가 탄생하였으니 성서의 심오한 메시지가 선포되고 해석되고 실천되도록 모든 교회들은 힘써야 할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망각한 채 이 계절에 교회 강단에서 Advent Season과는 전혀 무관한 설교가 선포된다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기대할 수가 없다고 본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시끄럽고 요란한 밤으로 변질된 것에 대하여 다분히 오늘의 교회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그리고 선물만 해도 그렇다. 마땅히 선물을 받아야 할 사람은 탄생한 아기 예수인데 엉뚱하게
인간들끼리 선물을 주거니 받거니 요란스럽다는 것은 얼마나 큰 모순인가. 아기예수가 탄생했을 때 동방에서부터 찾아온 박사들은 황금, 유황, 몰약 등의 귀중한 선물을 가지고 와서 아기예수에게 드리고 경배했거늘 오늘날 예수의 탄생을 빙자해서 엄청난 선물들이 교환되는 것은 마
땅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아기 예수를 대신해서 우리 주변에는 굶주리고 헐벗은 불우이웃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선물이 주어진다면 예수도 기뻐하리라 믿어진다. 성탄절 새벽 어두움에 잠긴 고요속에서 들려오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찬송 소리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이제라도 성탄의 깊은 뜻을 깨닫고 경건한 마음으로 주님의 탄생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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