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랜스아메리카’★★★★(5개 만점)

2005-12-02 (금)
크게 작게
‘트랜스아메리카’★★★★(5개 만점)

브리는 자기신분을 감춘채 아들 토비와 대륙횡단길에 나선다.

(Transamerica)

중년여인·틴에이저
대륙횡단 로드무비

익살과 멜로 배합, 보석같은 영화

뜻밖에 만난 약간 샛길로 빠져나간 매력적이요 가슴을 파고드는 드라마다. 유머와 페이소스를 고로 갖추고 있으며 둘 다 사회의 주변인들인 주인공들을 염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도무지 걸맞지 않는 중년여인과 틴에이저의 대륙횡단 로드 무비인데 익살극과 멜로 드라마의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 작은 보석 같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LA의 라티노 동네에 사는 교육받은 보수적인 브리(펠리시티 허프만)는 성전환 수술을 1주일 앞둔 여장 남자. 수술해 완전한 여자가 되기 위해 투잡을 뛴다. 그런데 느닷없이 뉴욕 맨해턴 경찰서에서 브리에게 전화가 와 브리의 아들 토비(케빈 지거스)가 영창에 수감됐다고 통보한다.
토비는 브리가 자신의 여성을 확신하기 전 남자와 잤다가 나은 아들. 어릴 때 버린 아들을 뒤늦게 맡아 부모 노릇할 생각이 전혀 없는 브리는 수술허가증을 발급하는 상담자(엘리자베스 페냐)가 “너의 과거와 화해치 않으면 수술을 허락지 않겠다”고 하면서 뉴욕으로 날아간다.
생면부지의 여자로부터 구원을 받은 토비는 브리를 불량소년 선도 기독교인으로 여긴다. 브리도 자기 신원을 밝힐 수가 없어 그런 척한다. 그런데 토비가 LA에 가서 배우로 성공하겠다(포르노 배우지만 토비는 이를 숨긴다)는 바람에 브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물 차를 사 둘이 함께 대륙횡단 길에 오른다. 브리는 가다가 토비를 켄터키에 있는 토비의 양부에게 떨어뜨릴 속셈.
서로 상대방에게 자신들의 진실을 숨긴 두 사람은 이 여행에서 갖가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여러 일들을 겪게 된다. 히피를 만나 자동차를 도둑맞고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다정한 인디언(그레엄 그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런 에피소드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차 잃고 돈 떨어진 브리가 할 수 없이 애리조나의 부모 집에 들러 일어나는 일. 브리의 부모(버트 영과 피오눌라 플래나간)들이 있는 줄도 몰랐던 손자를 처음 보고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좋아하는 모습이 배꼽을 빼게 만든다.
브리와 토비는 다시 길을 떠나 LA로 오면서 브리는 부모 노릇을 그리고 만사를 못 믿고 관심 없어 하는 토비는 인간 신뢰를 터득하게 된다. 재미 만점의 영화로 TV 시리즈 ‘못 말리는 주부들’의 허프만의 연기가 비상하다. 남자가 여자 연기를 하는 것 같은데 작중 인물 속으로 깊이 침투한 훌륭한 연기로 오스카상 후보 감이다.
그리고 젊은 지거스도 허프만에 맞서 속의 두려움을 표면상 호전적 태도로 감추는 연기를 잘한다. 던칸 터커 감독(각본). R. Weinstein Co. 선셋 5(323-848-3500)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