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아르헨 지원’ 논란… 美 공화당·농업계에선 불만 고조

2025-09-27 (토) 0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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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지원 방침에 한숨돌린 밀레이 정부…공화당 일각, 밀레이 정부 불신·비판

▶ ‘대중 대두 수출’ 막힌 美 농업계, 경쟁국 아르헨티나 지원에 반발

트럼프의 ‘아르헨 지원’ 논란… 美 공화당·농업계에선 불만 고조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미국이 외환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와의 20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 통화 스와프 협상을 공식화한 가운데, 미국 공화당과 농업계 등에선 이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아르헨티나 매체 암비토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 24일 아르헨티나와 통화 스와프를 협상 중이며 아르헨티나 국채 매입, 구제금융 등 다양한 재정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 세금을 외국 정부 지원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으며 최고위급 관료들조차도 아르헨티나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암비토는 미국 매체인 폴리티코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전진당(LLA)이 지난 7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다.

지방선거 이후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 등 시장에서 대혼란 상황이 이어지며 밀레이 정부는 불과 사흘 만에 11억 달러(1조5천억원)를 환율 방어에 사용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후 현지 매체 라보스델인테리오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재무부와 신규 차관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내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짧은 약식 면담을 가지며 자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어 이튿날 베선트 재무장관의 '통화 스와프' 관련 발표가 나왔다.

그러나 밀레이 정부 지원에 대한 미국 내부의 반발이 향후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암비토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밀레이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밀레이 대통령의 여동생이자 대통령 비서실장인 카리나 밀레이가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와,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관과 중앙은행의 외화보유고를 환율 방어에 허비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고 암비토는 보도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으로 대두 수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세금으로 대두 수출 경쟁국인 아르헨티나를 지원해 준다는 데 대해 공화당 핵심 지지기반인 미국 농업계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실제로 미국 대두협회는 이번 지원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동시에 정부가 중국 관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자국 생산자들에게는 보조금을 늦게 지급한다고 비판했다.

대두협회는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 정부가 외화보유고 강화를 위해 곡물 수출세를 일시적으로 폐지해 사흘 만에 총 70억 달러(9조8천억원) 규모 대두를 대부분 중국에 수출하면서 미국 내 생산자들이 막대한 거래 기회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아이오와)은 "왜 미국이 아르헨티나를 구제하면서 동시에 (아르헨티나가) 미국 대두 생산자들의 최대 시장을 빼앗도록 두는가"라고 비판했다.

케이럽 래글랜드 미 농업협회 회장은 "미국 내 대두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수확이 진행되고 있는데, 농민들이 보는 뉴스 헤드라인은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는 소식"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미국산 대두의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대두 구매를 미국 정부와의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달부터 미국 대두 농가의 가을 수확이 시작됐지만 현재까지 중국으로 판매되거나 선적된 물량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중국은 아르헨티나산 대두를 적극 수입하고 있으며, 지난주에 단 사흘 만에 아르헨티나산 대두를 최소 65만t 이상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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