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회로’(Pulse) ★★★½

2005-1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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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Pulse) ★★★½

인터넷 귀신영화 ‘회로’는 현대 젊은이들의 고독을 우화식으로 표현했다.

바이러스 감염된 컴퓨터 디스크

공포감이 서서히 피부를 뚫고 들어와 심장을 파고드는 으스스한 영화를 잘 만드는 J. 호러(일본 공포영화)의 1인자 키요시 쿠로사와의 작품. 이 영화는 일본에서 2001년에 개봉됐는데 전 미라맥스 회장이었던 와인스틴 형제의 디멘션 필름에 의해 리메이크돼 내년 봄에 미국서 개봉된다. 유혈 폭력이 자심한 여느 공포영화들과 달리 쿠로사와는 이 장르를 마음대로 굴절시킨 뒤 관객으로 하여금 악몽을 꾸는 것처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면서 연무의 흐름식으로 공포감을 생성한다. 그리고 그의 공포영화들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특징.
인터넷 귀신영화라고 할 수 있고 이야기는 도쿄의 한 식물원에서 시작된다. 식물원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담긴 컴퓨터 디스크를 가져간 동료 직원 타쿠치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걱정을 한다.
이들 중 한 명인 미치가 타구치의 아파트를 찾아가는데 순간 멀쩡한 것 같던 타구치가 다음 순간 목매달아 자살한 채 발견된다. 미치는 황망히 디스크를 챙겨 나오는데 이 디스크가 괴이한 바이러스에 전염돼 엽기적인 현상이 계속해 발생한다.
사람들이 잇따라 자살을 하거나 행방불명되는데 죽은 자의 집 마루와 벽에는 사람의 실제 모양과 크기 만한 얼룩이 남고 컴퓨터 스크린에는 정체불명의 괴이한 이미지가 나타나는가 하면 또 불길한 음이 흘러나온다. 타구치의 동료들은 괴기 디스크를 분석하는 컴퓨터 랩에서 일하는 여자와 함께 이 괴현상에 대해 온갖 이론을 제공한다. 어쩌면 귀신들과 사람들은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에서부터 저승이 초만원이 되자 죽은 사람들이 현세로 비집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귀신영화의 형태를 불러 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의 고통스런 고독과 소외감을 은유한 영화로 죽음마저도 망각을 허락지 않으며 또 오히려 죽음은 영원한 고독을 뜻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종교와 윤리와 깊고 헌신적인 사랑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현대 젊은이들의 내적 고뇌와 절망감을 지적으로 그리고 아프도록 절실히 묘사한 특이한 귀신영화. 역시 특이한 공포영화인 ‘큐어’와 ‘카리스마’ 등을 만든 쿠로사와가 각본도 썼다. 성인용. 24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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