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5-11-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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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이 곧 믿음이다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뉴올리언스 지역의 처참한 인적, 물적 상흔은 초강대국 미국도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한갓 허약한 존재임을 보여 주었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그 인근에 살고 있던 한인 동포들은 막대한 피해를 당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향해 열심히 살아온 그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연방 정부는 복구와 재기를 위해 사상 초유의 특별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원을 약속하고 있는데 이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곳이 FEMA(연방재난관리청)이다. FEMA는 당장은 눈앞의 긴급 구호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어느 정도 안정을 찾으면 손실을 입은 가정과 사업체에 저리의 장기융자를 실시할 것이다.
문제는 융자 제공의 범위가 그동안의 세금보고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지난 92년의 LA폭동에서 한인동포들은 가장 피해를 많이 겪고도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혜택마저 받지 못해 재기의 발판을 끝내 놓쳐버린 경우가 많았었다. 신용사회인 미국에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직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경험한 산 교훈이었다.
‘정직’과 ‘옳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바꿔 말하면 정직은 옳은 일이고 정직하지 않은 것은 그릇된 일이다. 그럼에도 가장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이런 등식이 왜 한국 사람에게는 경시되어 왔는지, 종국은 국민의 정신상태가 바로 박히지 않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은 도저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정도로 총체적으로 정직하지 않은 세상으로 변했고 따라서 바르고 깨끗한 국가라 불릴 수 없게 되었다. 수출도 2,000억달러가 넘고 의식주도 크게 향상되는 등 경제적으로 좀 잘 살게 되었으면 이에 걸맞게 국민의식도 달라져야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거짓이 예사로 용인되고 속임수가 판을 치고 있다. 대통령조차 예사로 거짓말을 하는 판이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정직한 사람이 존경을 받기보다는 모자란 사람, 융통성이 없는 인간으로 비웃음을 받기까지 한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기독교인들조차 이에 가세하고 있으니 그동안 그 많은 교회에서 도대체 무슨 말씀을 전했는지, 어떤 것을 가르쳤는지 영광은커녕 예수님 얼굴에 먹칠이나 안 했으면 다행이다.
정직은 인간의 원초적인 도덕률로서 바로 신앙양심이다. 교인 수를 늘리는 일도, 예배당을 넓히는 일도, 선교사를 돕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사람부터 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바른 신앙을 가지려면 제대로 믿어야 하며 제대로 믿으려면 우리가 정직하게 사는 길밖에 없다.


조 만 연
(주사랑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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