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 안에서 모든 교회는 하나 경쟁 탈피 ‘교회간 교류’ 새바람

2005-07-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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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안에서 모든 교회는 하나 경쟁 탈피 ‘교회간 교류’ 새바람

▲ 은혜한인교회의 아름답고 널찍한 정원을 나성영락교회 교인들이 둘러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한기홍 목사, 주정배 권사, 서양훈 장로, 림형천 목사.

“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시편 133:1) ”

나성영락교회 방문에
은혜 등 3곳 열렬히 환영
사역·비전 나누고 시설 공개
교단의 배타성은‘저 멀리’
연합활동 계기될 지 주목

림형천 목사 부임 이후 여러 가지 파격적인 사역들로 주목을 끌고 있는 나성영락교회(담임목사 림형천)가 지난 10일과 16일 두차례에 걸쳐 항존직 직분자(장로, 권사, 안수집사)들이 단체로 참여하는 오렌지카운티의 3개 교회를 탐방하는 버스투어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베델한인교회(담임목사 손인식), 은혜한인교회(담임목사 한기홍), 남가주사랑의교회(담임목사 김승욱)를 돌아보는 이 프로그램에는 양일간 250여명이 참가, 이웃교회들의 목회 비전과 프로그램, 건물과 시설 등을 둘러보고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지도자급 교인들과 함께 공식적으로 다른 교회를 방문하여 교제를 나눈 일은 한인 교계에서 처음 있는 일로, 신선하고 파격적인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 해당 교회 및 교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림형천 목사는 교회탐방의 목적에 대해 “다이내믹하게 섬기는 교회들을 돌아보면서 배우는 것이 첫째 목적”이라고 밝히고 또한 “교회간의 교제를 통하여 서로 축복하고 좋은 점을 나누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회끼리 너무 멀었습니다. 실제로 만나고 와보니 얼마나 좋은지요. 교인들도 기대이상으로 좋아하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여러 곳을 다녀보고 돌아오면 우리 교회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 그 또한 수확이죠”
놀라운 것은 나성영락교회의 방문을 맞이하는 교회들의 자세였다. 어찌나 열심히 준비하고 열렬히 반기며 환영해주는지, 진작부터 교회들 간에 이런 교류가 없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설교준비에 바쁜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들이 직접 나와 ‘손님맞이’를 했고, 교회마다 영상자료를 통해 교회와 건축과정, 목회방향 및 프로그램, 심지어 교회 예산과 건축규모까지 소개하는 것은 물론, 교회 투어를 제공하며 내부시설을 기꺼이 공개했다.
가장 먼저 찾은 어바인의 베델한인교회는 손인식 담임목사가 현재 안식기간으로 한국 체류 중이어서 부교역자인 김영하 목사와 양덕승 전도사가 투어 팀을 맞았다.
교회측은 먼저 영락교인들을 채플로 안내한 후 양덕승 전도사가 4년전 완공된 1에이커 규모의 비전센터와 2년후 설립예정인 2,000석 규모의 본당 신축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이어 행정담당 김영하 목사는 2세목회, 선교사역, 북한사역에 포커스하고 있는 베델교회의 목회비전과 함께 이 교회의 특징인 30명의 실행위원회 시스템과 셀교회 및 영성사역에 대해 소개한 후 비전센터 전체를 돌아보는 투어로 탐방을 마쳤다.
다음에 들른 풀러튼의 은혜한인교회는 엄청난 교회 규모부터 방문객들을 압도하지만 무엇보다 그 안에서 역사를 이뤄가는 사람들의 선교 열정이 뜨겁게 느껴지는 교회였다.
버스 내리는 곳에서부터 본당까지 이어지는 긴 복도에 수십명이 양옆으로 도열해 손뼉치며 환영의 노래로 맞아준 것을 비롯, 정성 들여 마련한 점심식사를대접하며 환대한 은혜한인교회는 ‘뜨레스 디아스’를 140회 이상 이끌어온 교회답게 사랑 넘치는 준비와 환영으로 영락교인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강충원 건축위원장은 해외 한인교회중 최대규모인 은혜한인교회의 건축에 대해 “22년동안 선교에 치중하느라 건물 없이 셋방살이 하다가 ‘풀러튼의 마지막 남은 좋은 땅’ 26에이커 부지의 헌츠 본사를 매입하였으며 2003년1월 시의회의 최종허가를 받은 후 1단계 11만6,000스케어피트의 미러클 센터 완공에 이어 2단계로 3,000석 규모의 비전 센터를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기홍 목사는 “선교는 교회 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며 “20년 넘게 교회재정의 50% 이상을 선교에 사용한 결과 하나님이 주신 은혜”라고 강조했다.
한 목사는 나성영락교회의 방문에 대해 “서로 사역을 나누게 돼 정말 기쁘다”며 함께 칭찬하고 존경하며 축복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남가주사랑의교회도 영락교인들을 반갑게 맞았다. 김승욱 담임목사는 “교회가 크다는 것 자체는 자랑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영향력 있는 교회,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는 것이 대형교회에 대해 갖는 하나님의 뜻”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목회자들이 격려하고 교제의 기회를 갖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행정담당 김기섭 목사는 남가주사랑의교회의 특징을 “리더십 없이도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교회”라고 소개하고 소그룹 다락방과 철저한 제자훈련, 그리고 살아있는 예배를 통해 밑바닥부터 다지는 섬김의 사역을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온 지난 30여년간 남가주는 그 위세에 걸맞지 않게 교회들의 연합활동이 매우 힘든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교회 수는 1,300여개를 헤아릴 만큼 운집해 있으면서 구심점이 돼야할 기독교교회협의회가 제구실을 못하는 데다 개교회주의가 너무 심한 탓에 서로 배타적이어서 교파와 교회를 초월해서 벌여야할 큰 사업과 행사들이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퍅한 풍토에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대형교회 지도자들의 마음을 터놓는 교제가 선행되면서 이루어진 일이다. 과거에도 목회자들간에 교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목회 성장도를 교인 수와 예산, 건축규모 등으로 파악해온 한국교계의 병폐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같은 지역의 교회들과 목사들 간에는 은근한 경쟁구도가 형성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변하면서 교회도 변하고 지도자들도 변하고 있고 사회의 교회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교회마다 각자 특색이 있고 사명이 있으므로 그같은 각 교회의 특성을 살리면서 네트웍을 형성해 함께 일하고 연합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의식의 전환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사가 나가면 ‘큰 교회들끼리만 교제하고 돌아다니는 것 아니냐’고 빈정대는 부정적인 의견이 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형교회의 움직임은 어쩔 수 없이 중요하다.
“남가주는 전세계에서 해외한인교회가 가장 많이 모인 곳이므로 그 영향은 세계 뿐 아니라 한국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 한기홍 목사의 말처럼 대형교회는 그 영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맑은 물을 퍼올리는 샘물 역할을 해야 하리라고 본다.
새 시대, 새 세대의 목회자들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편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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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사랑의교회를 방문한 나성영락교회 교인들이 특별 재료를 사용했다는 체육관 바닥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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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영락 교인들이 베델한인교회에서 비전센터의 건축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글·사진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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