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정직을 상실한 교회’

2005-07-22 (금)
크게 작게
지난 봄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건강교회 체크리스트’에 “교회는 세금을 정직하게 내고 교인들에게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이것을 읽은 한 목사님이 “사회정의를 말하려거든 교회나 가난한 교역자에게 하지 말고 부유한 기업에게 가서 말하라”고 비판하셨다. 우리는 사회정의를 말하는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고 교회의 정직을 말했을 뿐인데도 말이다.
실상 기윤실이 벌이는 갖가지 윤리운동이 아직 사회정의를 외치는 단계에까지 미치지 못했고 교회의 윤리적 운영을 강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도, 윤리운동하는 사람들은 바리새적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고 그 비판이 대부분 교회의 지도자들로부터 나온다.
‘건강교회 체크리스트’에는 교회가 영주권이나 종교 비자 신청을 해줄 때 정직해져야 한다는 항목도 있다. 우리는 이 항목이 혹시라도 법적인 신분을 갖지 못한 분들에게 상처를 주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하였지만, 교회는 정직을 가르쳐야 하고 특히 교회가 가짜 서류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에 이것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리스트가 발표된 지 한 달도 못되어서 교회가 영주권 신청을 해주고 금품을 수수한다는 이야기가 공론화되어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교회가 정직하지 못함은 이제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인간이 정직하여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회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윤리이다. 나는 교역자나 교회가 교인들에게 이 보편적인 윤리조차 가르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정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교회가 윤리적인 삶을 가르칠 순결성을 잃어버릴 때 남는 것은 기복적인 주술적인 요소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고급 윤리종교인 기독교는 저급 주술신앙으로 퇴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시대의 한국교회 혹은 이민교회가 저지른 최대의 죄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한국교회가 정직을 회복하지 못하면 사회에 대해서 아무런 발언을 할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 냄새나는 자기 몸을 닦지도 않은 채 교회가 교포사회의 정화를 말하고 사회 정의를 말한다면 너무나 뻔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온 몸이 부패되어 있는 한, 무슨 운동을 벌여도 악취가 날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한국교회 앞에 감히 말한다. 세상 앞에서 설치지 말고 골방에 들어가 회개하자고. 회개도 떠들면서 하면, 냄새가 날 만큼 우리 몸은 썩어 있다고. 우리 몸을 닦고 우리의 환부를 도려내고 그 다음에 세상의 용서를 구하자고. 지금은 용서를 구하는 것조차 뻔뻔스러운 일이라고.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널대 학장·
LA 기윤실공동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