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정직은 우리의 미래다’

2005-07-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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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짝퉁’이라는 국적불명의 용어가 쓰여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국어대사전에 속어로 올랐다고 한다. 짝퉁의 어원은 확실치 않으나 가짜를 거꾸로 해서 줄인 ‘짝’과 품질이 낮은 놋쇠로 만든 엽전이라는 ‘퉁’이 합쳐진 말이라는 것이다.
짝퉁이 공인 받는 단어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는 흔한 말이 되었고 그 피해 또한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원래 짝퉁은 고가의 명품에 대한 모조품을 나타냈으나 지금은 정품이 아닌 가짜를 나타내는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그 동안 높은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가짜상품 천국으로 악명을 날렸으나 이제는 거꾸로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짝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수출 인기품목인 휴대전화기로부터 가전제품, 심지어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모조품이 해외시장에서 한국제품의 판로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은 대로 거둔다’고 했으니 원죄가 있는 한국으로서 누구를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지만 비록 물건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적어도 인간성만은 가짜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 하물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크리스천에게는 말할 나위조차 없을 것이다.
한국의 크리스천이 얼마나 정직한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지난 정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위 옷로비 사건이다. 법을 총괄하는 장관의 부인과 재벌기업 총수의 부인 그리고 유명 의류판매업소 사장, 이 세 여인이 국회 청문회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결백을 주장한 증언이 훗날 하나같이 거짓임이 들통났다. 차라리 교회의 권사라고 밝히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들이 처음 만나고 어울리고 청탁한 장소가 모두 교회와 선교센터, 기도원 그리고 봉사회라고 해서 한동안 교인들이 낯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짓거리가 비단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정직의 문제에서는 많은 다른 크리스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교회 내에서조차 거짓말이 예사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교인들도 속임수, 은폐, 부풀리기, 법규위반, 탈세 따위의 각가지 범죄에 준하는 행위를 거리낌없이 자행할 정도로 신앙심이 실종되고 윤리가 무너진 상태이다.
미국은 신용사회이며 신용은 바로 정직이다. 신용이 무너질 때 미래도 함께 사라져 버릴 것이다. 애써 가꾼 우리의 가정과 한인 커뮤니티를 잘 보존하고 더욱 좋게 전승시키려면 행사도 좋고 모임도 좋지만 그 보다 먼저 정직한 풍토를 만드는 자세가 중요하다.


조 만 연
(주사랑교회 장로)
(기윤실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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