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집트관광 1순위는 투탕카멘

2005-06-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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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박물관의 진주

이집트 관광의 1순위는 카이로 시내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이다. 왜냐하면 신비의 소년왕 투탕카멘(TUT라고도 부름)의 갤러리가 이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로에는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의 유물 등을 전시한 압딘 왕궁 박물관, 중세기 시대 이집트 예술품을 소장한 ‘이슬람 예술박물관’, 세계 명화로 가득 찬 ‘카릴 박물관’ 등 여러 개의 뮤지엄이 있지만 ‘이집트 박물관’이 압권이다.
18세에 숨진 투탕카멘(BC 1370~1352)의 얼굴을 컴퓨터로 재현하는 작업은 지난달 세계적인 고고학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되었는데 그의 얼굴은 티없이 순진한 미소년(사진)으로 나타났다.
이집트 박물관에는 12만점의 고대 왕조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지하에 15만점이 더 있어 번갈아 전시해야 할 정도로 소장품이 많다. 그러나 투탕카멘을 빼놓는다면 ‘이집트 박물관’이라는 명성은 빛바랜 돌조각 전시장에 불과 할것이다.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자신이 1922년 투탕카멘의 무덤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감격을 자서전에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눈앞에 있는 유물들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거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물들이 있었다. 매장실에서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넋 나간 눈빛으로 자신이 목격한 것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었다.”
투탕카멘의 무덤에는그가 생전에 쓰던 향료가 3,300년이 지났는데도 마르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소년 왕 투탕카멘의 사체는 미라로 처리되어 3중으로 된 순금 관(110kg)속에 누워 있었으며 그의 얼굴에는 황금 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투탕카멘의 대표적인 유물로 꼽히는 이 황금 마스크가 오늘날 모든 파라오의 전형적인 얼굴처럼 상징되어 있다.
그러나 마스크보다 투탕카멘의 옥좌가 더 예술성이 높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의자 등받이에 왕비 안케세나멘이 투탕카멘의 몸에 향유를 발라주고 있는 모습이 금실과 옥으로 수놓아져 있는데 너무나 정교해 3,300년 전에 그런 예술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케네디 대통령이 애용하던 흔들의자와 똑같은 황금의자도 투탕카멘이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밖에 왕홀과 채찍, 팔찌, 오색 찬란한 허리띠, 노예의 고통받는 얼굴이 새겨진 지팡이, 칼집, 보석함, 방해석으로 만든 램프 등은 관람객의 얼을 빼놓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갤러리 전체가 금으로 도배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집트 박물관을 구경하는 데는 요령이 필요하다. 투탕카멘 갤러리는 관람 마지막을 장식하는 코스로 되어 있는데 시간이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분히 구경하지 못하고 나온다. 가이드에게 욕을 먹더라도 먼저 투탕카멘 갤러리부터 충분히 본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가 다른 것을 대강 훑어보면 된다. 박물관을 거꾸로 돌라는 이야기다. 설령 다른 왕의 유물들을 못 보더라도 투탕카멘을 서둘러 보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
투탕카멘(‘투탄카문’이라고도 발음)의 유물이 오는 16일 LA 전시를 시작으로 24년만에 미국 나들이를 한다. 여름방학에 자녀들에게 꼭 보여줄 만한 가치가 있는 전시회라고 생각한다. 카이로에 가지 않고도 미국에서 투탕카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다. 전시회 스케줄은 로스앤젤레스 6월16일~11월15일, 포트 로더데일 12월15일~2006년 5월, 시카고 2006년 5월~12월, 필라델리아 2007년 1월~9월로 짜여져 있다.


미이라에 황금 마스크, 눈부시게 수놓인 황금옥좌는 최고 예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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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 보석으로 수놓은 옥좌 등받이. 왕비가 투탕카멘에게 오일을 발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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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국립박물관을 구경 온 아랍 여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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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가슴에 달고 다닌 보석장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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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의 소년왕 투탕카멘의 얼굴에 씨워졌던 황금마스크. 그의 무덤에서는 3만4000점의 진귀한 유물들이 발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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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하는 투탕카멘을 묘사한 황금 조각품.


이 철
<이사>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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