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가선용을 돕는 책

2005-05-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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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

윤광준의 아름다운 디카 세상
웅진닷컴 출판

2001년 거의 1,000달러에 가까운 돈을 주고 디지털 카메라를 샀을 때 솔직히 제품의 가격을 얘기할 수가 없었다.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몇 년을 별러서 산 데다가 가격이 엄청나게 높아서 너무 사치스런 물건을 샀다는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사고서 이내 나는 내가 산 물건 중에 가장 잘 산 제품일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고 이를 사람들에게 무슨 복음인양 전파하고 다녔다. 그만큼 디카가 주는 기쁨과 필름카메라와 다른 자유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어디서나 손쉽게 셔터 누르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기기의 종류도 실로 다양해졌고, 사람들의 더 좋은 기기를 향한 욕구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제 거금 1,000달러를 주고 산 카메라는 요즘 훨씬 더 좋은 성능을 고른다 하더라도 200~300달러면 살 수 있으니 정말 살(to buy)만한 세상이 아닌가!
2003년 베스트 셀러였던 ‘잘 찍은 사진 한 장’에서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나만의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임을 보여주었던 윤광준씨의 “아름다운 디카 세상”은 ‘디지털 카메라’를 더 유용하게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단순한 디지털 카메라 매뉴얼이라기 보다는 디지털 카메라와 처음 만난 필카(필름 카메라) 사진가가 좌충우돌 몸으로 때워가며 얻은, 디카의 구입에서 촬영까지 디카의 모든 것을 담고있다.
카메라에 대한 기술적 스트레스 없이, 자신이 본 세상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게 해주는 디카는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디지털 실크로드’역할을 한다. 비행기 창 밖으로 바라다 본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에도, 술집이나 식당에서 술 마시고 밥을 먹을 때에도, 어느 날 아침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아내의 얼굴과 마주칠 때에도 디카는 ‘순간의 진실’을 담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런 디카는 일기나 휴대폰처럼 개인의 은밀함이 깃든 사물이기도 하다.
물론 디카로 찍은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다. 이미지 파일이란 단순한 데이터로 기억돼 있을 뿐이다. 나중에 컴퓨터 작업으로 연결되어야만 비로소 사진다운 모형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때문에 최초 촬영의 진지함이 떨어진다고 흠을 잡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디카는 디카만의 존재 코드가 있는 것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 삶도 풍부해질 수 있음을 저자는 역설한다.
사진은 빛을 읽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빛을 가두는 것으로 끝난다. 빛을 잘 달래고 다루어야만 파인더 안의 세상을 내가 원하는 장면으로 기록할 수 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간단한 기술도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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