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리의 비결

2005-05-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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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조선이 멸망의 위기에 놓였을 때 전세를 처음으로 역전시킨 신호는 이순신장군의 승전고였다. 이순신은 첫 승리 후 싸움에 나설 때마다 연전연승하여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통해 모두 23전 23승이라는 세계 해전 사상 전무후무한 전승 기록
을 남겼다. 이순신의 이같은 승리가 조선을 위기에서 구출했던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면 어찌하여 이런 승전이 가능했을까. 조선의 수군이 왜군에 비해 수적으로 월등히 많았고 강력했었기 때문일까. 이순신장군이 제갈공명처럼 신출귀몰한 장수였기 때문일까. 두 가지가 모두 그렇지 않다. 조선군은 왜군에 비해 열세였고 이순신은 전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조선에서
크게 알아주지 않았던 일선부대의 한 지휘관이었을 뿐이다. 그런 그가 전투마다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독창적인 전술과 병기로 전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순신은 육전에서 쓰던 전술을 해전에 응용하여 물길과 바람을 이용한 기습전을 했고 학익진이라는 진법으로 학의 날개처럼 적군을 포위 섬멸했다. 새로운 병기로 만든 거북선은 배에 지붕을 덮고 그 위에 철판을 씌워 적의 총격과 화공을 무력화시켰고 철판에 철창을 꽂아 적군의
접근을 막았으니 적진을 돌파하는 공격선으로서 천하무적이었다.
전쟁의 승패를 가리는데 전술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고대 중동지역의 이름 없는 민족이었던 앗씨리아는 밀집대형의 보병전을 처음으로 채용하여 군사적 패권을 차지했다.

야만 유목민족인 몽고족이 중국은 물론 유럽대륙까지 휩쓸 수가 있었던 것은 기병전술이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로마를 공격했을 때, 또 나폴레옹이 이태리를 정복했을 때 알프스를 넘어 기습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며 나폴레옹을 패퇴시킨 러시아의 유격전도 전술사의 백미이다.
전쟁에서 병기의 중요성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고대에 석기문화가 청동기문화에 멸망 당했고,
청동기문화가 철기문화에 무릎을 꿇었던 것은 병기의 우수성 때문이었다. 근세에 스페인과 영
국 등 서구제국이 신대륙 등의 원주민을 그렇게도 쉽게 정복하여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던 것
은 총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 2차대전 당시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 원자탄을 먼저
만들었다면 전쟁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을 지도 모른다.
이순신장군이 이처럼 전승의 요소가 되는 전술과 군비를 갖추게 된 것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남들이 모두 당파싸움으로 당리당략을 일삼고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있을 때 이순
신은 전란에 대비하여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궁리에만 몰두했다. 이렇게 철두철미하고 진지한
자세로 ‘유비무환’의 준비를 했고 싸움에 임할 때는 한결같이 죽기를 각오한 ‘사즉생’의
마음이었기에 전투마다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전승의 요소는 우리의 인생에서 부딪히는 모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생활에서는 국가나 개인이 마찬가지로 생존과 번영을 위한 경제적 경쟁을 치열
하게 치루고 있다. 전쟁의 승패 결과처럼 경제적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결과에 따라 국가나 개
인의 흥망성쇠가 결판나므로 가히 경제전쟁이란 말이 나올만 하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들이 미국사회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영향력을 증대 시키려면 경제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 길이 첩경이다. 그것은 오늘날 미국을 쥐었다 폈다하는 유대인들의 힘이 경제력에서 나온 점을 보면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한인들의 주종사업은 사양화의 내리막길을 미끄러지고 있다.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는데 무슨 묘수가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이순신장군의 승전 비결에서 배울 점이다. 이순신이 만든 거북선은 경기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품목과 서비스, 기술 등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며 이순신의 전법은 새로운 판매전략, 고객 확보 전략 등 사업전략이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안일
한 방법으로는 사업을 번창시킬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사업과 새로운 사업전략은 누가 가르쳐주거나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 하는 외로운 고심의 산물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이순신장군의 경지에서 혼신의 노력을 경주한다면 이 어려운 경제전쟁
에서 백전백승의 승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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