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건강교회 체크리스트

2004-1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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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이 내뱉는 추상적인 언설을 혐오한다. 특히 윤리적이거나 규범적인 문제일 때 더욱 그러하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이야기되지 않는 숫한 도덕적 사설들은 허망하기만 하다.
기독교 윤리실천운동이 벌이는 건강교회 운동에 끼여든 이후에 나를 계속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 이런 구체성의 결여였다.
다른 분들이 쓰신 교회개혁에 관한 글들도 대부분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 서지 못했다.
교회개혁의 외침이 구체성을 상실해 가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사람들이 만든 것이 이번에 기독교 윤리실천운동이 내놓은 건강교회 체크리스트이다.
이들은 “도대체 한국교회가 병들었다면 병든 모습이 어디에 나타나 있느냐?”하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구체적 증상을 들어 답변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이 체크 리스트가 교회 지도자나 구성원들이 자기 교회의 모습을 점검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구체적 잣대가 되어 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래서 미주 이민교회가 병들었다는 이야기를 형이상학적, 추상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구체적인 질병의 증세를 들어 임상학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기준표를 갖게 되었다.
그 구체성에 관한 예를 하나만 들자.
구체적 정보도 제공되지 않고 구체적 토의도 허락되지 않는 요식절차로서의 회의는 성도들에 대한 기만이고 반기독교적이다. 그래서 이 리스트는 “교회의 모든 회의에는 회의규칙이 있고, 지켜지고, 교회는 그 규칙을 교인들이 알도록 도와주는가?” “회의의 토의사항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는가?” “회의 시에 자유롭게 토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제공되는가?”를 구체적으로 묻는다.
우리는 이 건강교회 리스트가 교회의 휴지통으로 직행하기를 원치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건강교회운동이라는 지루한 행군을 계속할 수밖에 없음은 그것조차 하지 않을 때 한국교회에 대해 느끼는 절망감이 너무나 커서이다.
부디 성도들은 이 리스트를 읽고 자기 교회의 모습을 생각하고 교회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작업을 밀고 나가시기 바란다. 교회개혁운동은 구체적 교회의 모순과 구체적으로 씨름해야 하는 교인 하나 하나의 몫이다.
체크리스트는 웹페이지, www.cemkla.org 에 있다.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널 대학 학장)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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