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세대가 손잡고 함께예배”

2004-1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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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한인교회 ‘컨템포러리 패밀리워십’새형식 도입

연령대 맞춰 순서 분배
자연스럽게 신앙 대물림

모든 연령대의 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와 함께 하는 예배. 온 가족이 손잡고 찬양하며 서로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예배.
오렌지한인교회(담임목사 주인석)가 지난 7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실시하고 있는 ‘컨템포러리 패밀리 워십’(Contemporary Family Worship)의 모습이다.
대규모 가정예배와 같은 ‘열린가족예배’는 드라마, 바디워십, 설교와 기도를 한국어와 영어로 병행하고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새로운 예배형식. 목회자들의 노력과 온 성도의 배려로 이 달 초부터 조심스레 내어놓게 된 오랜 수고의 결실이다.
“보고 자라면서 몸에 익힌 한인 1세의 신앙유산을 이제 우리 후대들에게 계승하지 못한다면 우리 커뮤니티에 이보다 더한 위기는 없다”고 지적한 주인석 담임목사는 “이런 문제는 어느 한 교회나 커뮤니티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그 원인의 하나는 연령과 언어별로 구분된 기존의 예배형식인데 이런 예배나 별도의 영어목회는 편리한 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교회 안의 화합’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학 강사목사(teaching pastor)는 “한 차로 교회에 와도 주차장에서부터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 자녀들의 경우 한어부와 EM 간에 전혀 교제가 없는 현상을 어렵잖게 목격할 수 있다”며 “자녀들의 신앙 지도를 교역자에게만 전적으로 맡기는 현실은 ‘자녀의 영적 양육은 부모의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는 말씀에 위배되는 태만”이라고 지적했다.
박종각 행정목사는 “3대가 함께 출석하는 가정의 경우, 30∼40대 중반이 된 1.5∼2세 중간세대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프로페셔널 직장인임에도 한국어가 어눌하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어린 아이 취급을 당하는 경우도 많아 점차 신앙생활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모든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예배 문화로 같은 메시지를 듣고 함께 찬양과 기도를 하게 되면 부부나 동기간엔 물론 가정 안에서 수직적인 신앙에 대한 대화가 한결 수월하고 신앙의 대물림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컨템포러리 패밀리 워십‘이 “예배 인도자의 입장에서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은 주 목사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여러 연령 대에 맞춰 모든 예배순서를 분배하고 채워야하는 점이라든지 처음이라 어색해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예배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적극 참여토록 이끌어야 하는 점 등”을 꼽으면서 “이 같은 어려움을 차례로 딛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 지금부터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오렌지한인교회가 월초부터 이 같은 예배형식을 적용키 위해서는 연구와 조사, 계획과 적용 등 약 1년여의 물밑작업이 필요했고 1세와 2세 목회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목회자들간의 진솔한 나눔과 협조, 또한 세 목사의 희생과 헌신과 양보가 불가피했다.
동양선교교회 수석부목사와 타주에서 3년 반 동안 담임목사를 지낸 박종각 목사가 행정목사로, 또 디모데성경연구원장으로 성경교육에 힘써 온 이재학 목사가 강사목사로 각각 올해 초 오렌지한인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했고 이 교회서 영어목회를 이끌던 주인석 목사가 7월 담임으로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하게 된 것.
세 목사는 “무엇보다 전통적 예배 양식을 선호하는 어른들이 넓은 마음으로 11시 예배시간을 양보해 주셨기에 가능했다”며 “온 성도들이 불편함을 조금씩 양보하고 더 좋은 것을 향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힘쓸 때 귀한 열매가 맺힐 것이라는 확신으로, 또 모든 교회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실험도구이자 본이 되고자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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