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남북한 공동대처가 필요하다

2004-08-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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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가 했더니 중국이 고구려를 자기네 나라라 우기고 있다. 중국은 고구려역사 왜곡을 위해 치밀하게 작전을 써왔다. 지난 7월1일 중국과 북한의 문화 유산이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중국은 고구려 역사 왜곡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이 고구려를 중국 역사 속에 포함시키려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에 대응, 지난 6월10일 고구려연구재단을 발족했다. 연구재단의 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중국이 왜 고구려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려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는 100만 명의 조선족이 살고 있는 동북지방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함으로 이는 중국에서 주장하는 방어적인 입장 중 하나나 전부는 아니다. 둘째는 북한 정권 붕괴 시 북한 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강대국들은 항상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된다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가까운 중국
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에 대비해 역사적 명분을 내세우려고 중국은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는 남북 통일 이후 국경문제를 비롯한 영토문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남한 중심으로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북한의 당 지도부와 군부의 지도부가 무기를 소지하고 중국의 동북지방으로 넘어올까 두려워하고 있다. 또 을사조약 때 한국이 제외된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이 간도를 중국 땅으로 편입시킨 문제도 남북 통일 이후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함으로 간도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구려역사 왜곡을 막아야 하는 이유로 한국사는 역사시간에 배운 바와 같이 고조선과 삼한, 고구려를 비롯한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와 발해의 남·북국 시대, 고려, 조선시대로 연결된다.

중국은 지금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를 한국의 역사가 아니라고 주장하여 5,000년 한국의 역사를 2,000년, 공간적으로는 한강 이남까지 축소시키고 있다. 이것은 한국사의 근본 체계를 부정하는 것으로 민족 정체성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고 외교적으로도 큰 손실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이유와 같은 맥락을 짚은 하버드대 학자가 있다. 그는 남북한이 통일되고 나면 조선족이 고구려를 통일 한국의 일부로 주장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분리 운동을 펼 것을 걱정해 중국이 고구려사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찌되었든, 1990년대 후반부터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이름 하에 고구려 역사 왜곡을 준비해온 중국은 막무가내로 고구려를 자기네 나라의 일부라고 밀어 부치고 있다.

몇 년 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연변에 가서 조선족들을 만났다. 그들은 아직도 한국말을 쓰고 있었다. 조선족 4-5세들인데도 중국어와 한국말을 유창히 함께 구사하는걸 보았다.

연길 시내에 있는 상점들 상호에는 한자어와 한글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한반도의 얼이 가는 곳곳마다 어리어 있음을 목격했다. 이들은 일제시대 만주를 거쳐 중국 땅으로 넘어가 정착된 조선족들일 게다. 중국에서는 본토인을 한인(漢人)이라 부르고 한국인(韓國人)은 조선족이라 부르며 엄연히 구분하고 있다.


그 때 중국 공산당 한 간부는 중국은 한(漢)족을 비롯해 수십 개의 소수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중국은 소수민족 정책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보존케 하며 말도 그대로 유지하게 한다며 중국 정부를 칭찬하는 말을 들었다. 참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속셈은 엉큼하게 다른데 있어 왔다.

중국이 고구려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려 우기는 것은 남한 위주의 통일 후 북한이 무기를 갖고 중국으로 넘어올 것과 조선족이 펼치게 될 분리운동을 사전에 차단하는 처사 등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볼 때 중국의 영토확장 및 중화정책이 깔린 욕심일 수밖에 없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중국의 속셈이요 엉큼한 계산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남과 북은 하나가 되어 중국의 역사왜곡에 공동대처가 필요할 것 같다. 북한과 중국이 아무리 혈맹이라 하더라도 민족의 정체성을 흔들어대는 중국을 그냥 보고만을 있을 수 없으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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