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씨 9/11’ (Fahrenheit 9/11) ★★★★(5개 만점)

2004-06-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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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 (Fahrenheit 9/11) ★★★★(5개 만점)

마이클 모어가 존 태너 연방하원의원에게 “당신의 자식을 군에 입대시키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다.

작심하고 만든 통렬한 ‘반 부시’기록영화

지난해 미국인들의 총기애호 문제를 파헤친 기록영화 ‘컬럼바인에서의 볼링’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마이클 모어의 부시 때려잡기 기록영화다. 올 칸영화제서 대상을 받았는데 과연 대상감이냐는 데는 의문이 있지만 부시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겁기 짝이 없을 영화다.
9.11 테러 후의 부시 행정부의 국내와 국제정책에 대한 기소인데 체계적으로 잘 만들지는 못했다. 내레이션을 직접 하는 모어는 작심하고 부시를 조롱하고 공격하고 있는데 그 방법이 치사하고 졸렬하기까지 하다. 그는 부시와 딕 체니 및 도널드 럼스펠드 등 그의 그룹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희화해 폭소가 터져 오는데 몇 달 후 선거를 치를 부시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모어의 궁극적 목표는 부시를 백악관에서 몰아내는 것인데 그는 이런 목적을 위해 부시의 서툰 말솜씨와 어색하고 멍청하며 또 보기에 민망스러운 모습들을 교묘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시에게 가장 아플 장면은 9.11테러 직후의 부시의 모습. 그는 이때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중이었는데 참모가 테러소식을 알려주었는데도 7분간이나 교실에 앉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뒤에야 자리를 떴다. 화면 위의 시계가 7분이 지났음을 보여준다.
모어는 부시와 그의 아버지는 석유회사를 운영하면서 사우디와 빈 라덴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리고 부시를 지지하는 대기업도 함께 비판하면서 아울러 미디어들이 부시에게 아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어는 부시가 전 세계가 테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한 뒤 곧바로 골프 스윙을 하면서 “내 폼 어때”라고 으스대는 모습과 백악관에서의 TV 연설 직전 부시가 커닝하는 아이처럼 곁눈질하는 모습 등도 보여준다.
부시뿐 아니라 울포위츠 국방차관이 TV회견 직전 침으로 머리를 다듬는 모습과 럼스펠드 국방 장관이 이라크 폭격은 인도적 차원에서 선별된 곳에만 행해지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 직후 폭격으로 처참히 몸이 찢어진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럼스펠드의 거짓말을 조소한다.
또 다른 재미있는 장면은 워싱턴 DC를 방문한 모어가 의원들에게 다가가 당신의 자식들을 군에 입대시키지 않겠느냐고 묻는 장면. 모어는 뉴스 필름과 비디오 클립 등을 사용해 가며 철저히 반부시적인 영화를 만들었는데 공정치는 못하다. R. Lions Gat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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