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정치에 변화와 개혁 이루어져야

2004-03-23 (화)
크게 작게
정재현(목사, 뉴욕지구 한인목사회 협동총무)

한국의 금권정치로 인한 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방 후 50년 모든 정권은 그 정치비용 창출을 위하여 이른바 ‘돈줄’을 잡기에 혈안이 돼 왔고, 기업의 정치헌금은 당연한 일을 넘어 의무조항이 되어 왔다.

대기업의 회계계정 지출비목에서 5% 이내의 비자금을 인정받는 것은 세무감사에서도 공공연한 일이다. 비자금은 내역을 밝힐 필요가 없는 인정비
용인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이 대선 비자금 수사결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10분의 1이 넘으면 책임지고 사임하겠다고 한 말이 전혀 근거없는 실언이 아니라는 것은 한국에서 대기업을 경영했거나 대기업 경리책임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노대통령이 사임하고 대선을 다시 치루겠다고 할 때 전경련에서 제일 먼저 반대성명을 낸 것은 당연한 이유가 있다. 이번 특검 결과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듯이 막대한 대선 비용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작업’으로 뇌물을 자진 공여하기도 하지만 대선이나 총선 때는 배당액에 따라 의무 납부해야 하는 것은 그동안 대한민국의 관행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전통적 공과금 납부 비율이 ‘여야 10 대 1’이라는 것은 전경련의 통일지침이다. 당선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입후보자에게 주는 것이니까 양쪽에 다 줘야하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각 기업의 정치헌금 담당은 그 적중율에 대한 책임 때문에 정치 전문가가 된다. 당선권에 든 후보자가 아니면 정당을 보고 줘야 한다. 지난번 대선에서 결과는 노무현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를 예견한 대기업은 없다.

정치헌금의 큰 몫은 당연히 승리할 것으로 보인 한나라당에게로 갔고 인사치례로 열린우리당에 작은 몫을 준 것이다.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10배의 간격이 여야의 차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열 배를 받아먹고도 떨어졌지만 말이다. 그러고도 할 말 있다고 10분의 1이 넘어갔으니까 책임지란다. 미쳐도 보통 미친 사람들이 아니다.

국민을 그야말로 개뼉다귀 정도로 보니까 그런 망발을 하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AP통신과 CNN방송은 지난 12일 한국의 정치적 사태를 즉각 보도하면서 그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원인을 연일 터지는 정치인 비리와 그에 따른 구속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의회 민주주의의 승리로 묘사한 한국신문의 헤드라인과는 전혀 다른 시각이었다.

이번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통과는 한국정치의 미숙함을 전세계에 알린 것이다. 하기는 해방 이후 50년 그 절반을 독재정 하에서 보내고 이제 민주주의 10년 남짓 밖에 안되니 어쩌랴.

뉴욕한인들의 분위기는 국회의 횡포에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주변 사람이 대부분 보수 야당 편이라도 표현을 자제한다고 한다. 그런 상황인데도 언론사 무기명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이번 탄핵사태는 잘못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사는 동포의 입장에서는 국가적 망신이라는 선입감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으리라.

필자는 호남 출신도 영남 출신도 아니다. 대한민국 출신으로 반세기를 살아온 사람으로서의 바램은 나의조국이 부패정치의 사슬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자식과 후손들에게 깨끗한 나라를 물려주어 더 이상 부당한 좌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