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2004-03-23 (화)
크게 작게
김윤태(시인)

예전에, 수몰지구가 된 운문면 대천리의 절망한 사람들은 아주아주 희망을 잃어버리고 슬픔과 절망만 가진 사람들이었기에 모이기만 하면 차라리 그렇지 않은 듯 허망한 웃음을 너털웃음으로 크게 웃으면서 신나게 마시고 신명나게 놀다가 기운이 다 빠져 헤어지는데 그 헤어지는 모습이 한국의 한국식 정치와 권력을 뛰어넘지 못하는 처절한 예술의 한 철학이었다.

또한, 송진을 공출하기 위하여 도끼로 찍은 소나무 밑둥의 도끼자국은 대동아전쟁 때 정치를 한답시고 희생시킨 백성들의 상처난 얼굴들이었는데 지금의 백성들 얼굴에 난 상처는 그보다도 더 깊고 크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수몰지구가 될 뻔 하다가 횃불을 들고 겨우겨우 지켜낸 대한민국 국민들의 피멍 든 얼굴은 덕수궁을 지켜낸 작약의 얼굴이다.


무능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는 아느냐?무능한 사람을 곁에서 보면 무능한 그 사람 자체가 가엾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딸려있거나 그 사람을 맥없이 바라보는 사람이 가엾게 보인다.

무능하면 헛소리 하지 말고 주는 밥이나 가만히 축을 낼 일이지 그래도 할 소리는 다 하고 할 짓은 다 하면서 뒷구멍에서 검은돈 긁을 궁리만 한다. 그래서 탈이다.

한 가정에서 가장이 무능하면 그것이 큰 탈이다. 우선에 그의 부인이 꿈을 접고 팔자가 꼬이면서 아까운 인생이 뒤틀린다. 사랑이라고 하는 흔들리는 깃발의 무기 앞에 무릎을 꿇고 비록 결혼은 했을 망정 인생마저 저당을 잡히고 목숨을 던지고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옷 얻어 입고 밥 얻어 먹고 크는 죄로 아버지를 하나님처럼 여기는 아이들도 아버지의 무능을 바라보면서 자라게 되면 맑던 가슴 속에 검은 자국이 끼고 어른이 되어서도 친화력 보다는 공격하는 성품을 더 많이 갖게 된다.

헛된 꿈도 무능을 자초하는 원인이요 계획 없이 일을 벌리는 짓도 무능을 불러들이는 원인이 된다. 민족성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설마’를 믿고 많은 일을 시도한다. ‘설마 망하기야 하겠나’ 하고 덤비는 저쪽에서는 ‘야! 설마가 사람 잡는다. 고만 두거라!’ 하면서 말린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뒷말이 맞는 말이다. 설마가 계획이 될 수는 없고 설마를 믿고 덤빌 수는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위안의 말은 될 지언정 작전계획을 위한 말은 아니다.

무능하면 무능의 죄값을 저만 받으면 되는데 가족의 국민을 희생시키고 주위를 어둡게 한다. 나는 전부터 노사모인지 뭔지 하는 유행가 이름같은 유령모임의 얼굴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뭐하는 자리인지도 모르고 처음부터 절절 매더니 아니나 다를까, 노무현 대통령이 부끄럽기 짝이 없는 탄핵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다. 알고보면 먹은 돈 때문인데 실인 즉 방법이 서툴러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돈은 아무나 뺏나!

대통령이 무능하면 백성이 살 길을 잃어버린다. 내가 힘들여 번 돈으로 내 밥 먹고 내가 사는데 대통령이 왜 필요한가? 이런 나라라면 차라리 없는 쪽이 낫다. 무능하면 밥상 차려주어도 되는 일이 없다. 그러니 무능한 대통령들의 업적이란 저희 식솔, 자손 만만대에 배 두드리고 살 수 있는 치부에 혈안이 된다.

뜻 있는 자들아, 힘들여 장사하지 말고, 돈 들여 가게 앞에 좌판 차리지 말고, 사람 써서 축내지 말고, 광고 해서 간판비 버리지 말고 대통령이 되라! 돈 버는 방법이 거기에 있느니라. 그러나 무능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는 아느냐? 하늘이나 까먹지 말고 우리는 살자. 아름다운 너와 나는!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