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가르치자

2004-03-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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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업소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종업원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한국어 강습 프로그램이 한국어교육원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한인 업주와 히스패닉 종업원간의 원활한 언어 소통과 문화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에서 추진되는 이 프로그램은 직능단체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친 후 내달부터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한인 업계에는 많은 히스패닉 종사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청과, 델리, 한인식당 등의 종업원은 물론 그 밖의 다른 직종에도 히스패닉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한인업소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히스패닉 직원들이 영어를 제대로 할 줄 모르기 때문에 한인업주와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언어 장애로 인해 한인직원과 히스패닉 직원간의 간격이 생기고 때로는 오해가 발생, 노임 등 분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지금 히스패닉을 고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임금이 싸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가장 바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저임금 뿐만 아니라 히스패닉 마켓을 뚫기 위해 히스패닉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게 될 것이다.


어쨌든 한인업계의 히스패닉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 때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자는 생각은 기발난 착상이라고 할 수 있다.한인업소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종업원들은 한인업주나 한인 동료들로부터 한국말을 배우기도 하는데 제대로 된 한국말을 배우기 보다는 ‘빨리 빨리’ ‘미치겠다’ 등 한인들의 부정적인 일면을 드러내는 말이나 욕설 등을 몇마디씩 배워서 쓰는 경우가 많다.

이들 히스패닉 종업원들에게 올바른 우리말을 가르친다면 한인들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전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국어교육원의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어 성과를 거둔다면 히스패닉 뿐만 아니라 중국 및 동남아 출신의 종업원들에게도 한국어 교육을 확대할 수 있고 또 한국을 상대로 무역을 하거나 한국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우리말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어교육원 뿐만 아니라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우리말을 외국인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치는데 더욱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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