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후각상실 초래” 퇴출위기

2004-03-2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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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코 분무제

부작용 수백건 보고… FDA, 조사 착수

출시 4년만에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명약’으로 인기를 모았던 아연 코 분무제가 위기를 맞았다. 최근 FDA(연방식품의약국)는 아연산화물을 이용한 코 분무제가 심각한 후각상실을 초래한다는 임상보고에 대해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FDA는 환자들과 클리닉들로부터 사례를 보고 받고 있으나 부작용 발생 숫자나 환자상태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관련 단체 등에선 미국 전역에서 이 분무제를 사용한 뒤 후각상실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임상보고가 수백 건 이상 접수됐으며 현재 적어도 5건 이상의 법적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했다.

아연 코 분무제는 아연 글루코산염을 포함한 신종 감기 약품이다. 오래 전부터 감기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아연을 글루코산에 녹여 분무제 형식으로 만들었다. 하루 반나절 정도면 감기가 낫는다는 탁월한 효과가 소문이 나면서 시장에 나온 지 불과 4년여만에 가장 잘 팔리는 코감기 약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아연 코 분무제는 2개다. 매트릭스사에서 내놓은 `자이캠’과 퀴글리사의 `콜디즈’다. 1998년에 `콜디즈’가 먼저 나왔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1년 뒤 ‘자이캠’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모았다. 코에 약품을 분사하는 번거로움을 간편하게 조절한 이 두 약품은 마켓 진열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자이캠’과 `콜디즈’는 코 분무제뿐 아니라 면봉, 입 분무제, 껌, 당의정 등 다양한 형태의 제재로 나와 있다.
사실 아연 코 분무제의 부작용은 출시 이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수십년 동안 코 앨러지 민간요법으로 사용된 `코 세척’도 코를 지나치게 씻어낼 경우 열이 나거나 코가 붓는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났는데, 거기에 약제까지 투여할 경우 민감한 코 점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제약사들은 수 차례의 임상실험에서 부작용이 전혀 없었다고 보고했다. FDA도 이 같은 보고를 근거로 시판을 승인했다.
약이 출시된 뒤 4년여간 끊임없이 부작용이 전해졌다. 가장 큰 불만사항은 `냄새를 못 맡겠다’ `코에 심하게 열이 난다’는 것. 지난해 9월엔 콜로라도 의대의 이비인후과 브루스 자펙 박사가 아연 코분무제를 사용한 환자 중 10명이 애노스미아(후각상실증) 증상을 보였다고 학회에 보고했다. 결국 `자이캠’ 제조사인 매트릭스사는 관련 의사들을 패널로 불러모아 자체적으로 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원료인 아연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건 아니라는 견해다. 그보다는 분무제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코 안에 깊숙이 넣고 뿌릴 때 분사강도가 너무 세 코 조직에 심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아연의 독성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아연을 사용한 각종 동물실험에서 후각상실은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조사들은 아연과 아연 글루코산염은 전혀 다른 물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자체 실험결과를 들어 분무기 오작동과 함께 코감기의 원인인 바이러스가 이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FDA는 광범위한 조사를 거친 뒤 하반기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복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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