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탈원전 9년 만에 최대 순익
▶ 반도체·AI 데이터센터 증설 러시
▶ 2030년 전력수요 10% 증가 전망
▶ SMR 특별법 통과에 상용화 가속
▶ 실적 훈풍, 한전으로 확산 기대감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2조 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10여 년 동안 위축됐던 우리나라 원전 산업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등 제조업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국회에서 소형모듈원전(SMR) 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도 추진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약진은 전력 판매액 수치를 보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한수원의 지난해 전력 판매액은 14조9,600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14%(약 1조8,400억원) 늘어난 규모다. 2024년 9월 고리 3호기, 2025년 8월 고리 4호기 운영 중단 등으로 전력 판매량은 소폭 줄었지만 판매 단가가 상승하고 원전 이용률이 10년 만에 최고치인 84.6%를 기록하면서 판매액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원전 산업계에서는 한수원의 실적이 올해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수원이 올해 원전 이용률을 15년 만에 최고치인 89%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원전 이용률은 원전을 1년 내내 쉬는 날 없이 설비용량 최대치로 가동했을 때의 발전량 대비 실제 발전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수원의 목표는 사실상 국내 원전을 가능한 한 ‘풀가동’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국내 원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수로형 원자로는 18개월마다 핵연료의 3분의 1을 교체하는 계획 예방 정비를 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통상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전을 2년간 가동한다고 했을 때 최소 2개월의 계획 예방 정비 기간이 포함되므로 연평균 가동률은 91.6%가 현실적인 상한선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역대 최고 이용률은 2009년의 91.7%였다. 여기에 전력수요가 급감하고 태양광발전이 급증하는 봄·가을철마다 원전 운영이 제한되는 상황이 최근 들어 늘고 있음을 고려하면 올해 원전 이용률은 사실상 상한선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원전 이용률이 최대치로 치닫는 가운데 원전 규모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한 바 있다. 2022년 4월 고리 2호기 운전이 중단된 지 약 2년 반 만으로 정부는 올 3월부터 고리 2호기를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2016년 착공 이후 9년 만에 운영 허가를 받은 새울 3호기 역시 올해 8월 상업운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대형 원전 2기 및 SMR 1기 신규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며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에 착수하기도 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 개발 및 상용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12일 본회의에서 △SMR 개발 촉진위원회 설치·운영 △SMR 연구개발(R&D) 및 실증 지원 등을 골자로 한 ‘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학회는 13일 성명서를 내고 “SMR 특별법 통과는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넘어 한국이 가진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을 SMR로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원전 이용률과 가동 원전 수를 확대하고 SMR 산업 육성에도 나서는 것은 AI, 데이터센터 및 전기화 수요 확대 등에 따라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11차 전기본에 따르면 국내 연간 전력수요는 2025년 566.1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625.2TWh로 10.4%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전력은 같은 기간 2.7TWh에서 10TWh로 4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서는 1년 내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만큼 원전 이용도 덩달아 늘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편 한수원의 영업이익이 뛰면서 모회사인 한국전력(015760)공사의 실적 역시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연결 기준 14조8,956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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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조윤진·주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