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초도 길다” 250배 빨라진 양성자빔… 폐암 환자에 쐈더니

2026-02-1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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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간병원 최초로 양성자 치료기기를 도입했던 삼성서울병원이 고선량 방사선 치료법인 ‘플래시(FLASH)’의 임상 적용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삼성서울병원은 한영이·최창훈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와 이성은 박사 연구팀이 최근 전임상 연구를 통해 양성자 기반 플래시 치료가 폐에서도 주변 정상 조직을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양성자 치료는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다음 환자의 몸 속 암조직에 에너지빔을 투사하는 방사선요법의 일종이다. 중입자와 마찬가지로 일정 속도로 끌어올린 입자선이 몸 속 암세포를 타격하는 순간 에너지를 방출하고 사라지는 브래그피크(bragg peak) 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암세포만 정밀하게 타격하고 주변 정상 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다. 다만 양성자는 수소 입자를, 중입자는 그보다 무거운 탄소 입자를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플래시는 초당 40그레이(Gy) 이상의 고선량 방사선을 1초 미만 찰나의 순간에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차세대 방사선 치료 기술이다. 기존 양성자치료에 적용하면 암 타격 능력은 유지하면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시간을 단축시켜 정상 장기를 보호하는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암 치료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미래 기술로 주목받는 플래시가 전 세계적으로 임상연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데 착안, 일본 스미토모중기계공업과 손잡고 플래시 기술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에선 자체 구축한 실험 모델을 이용해 60Gy에 해당하는 양성자를 폐 조직에 국소적으로 조사하면서 기존 치료와 플래시 치료를 적용했을 때를 비교했다.

폐 전체를 대상으로 했던 기존 플래시 연구와 달리, 실제 암 치료와 유사하게 조사 부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기존 치료는 초당 2Gy, 약 30초에 걸쳐 실험 모델에 조사한 반면 플래시 치료는 속도를 이보다 250배 높여 초당 500Gy, 약 0.12초 동안 이뤄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속도로 조사했을 땐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와 염증 반응이 심하게 나타났지만, 플래시 치료를 했을 땐 이같은 부작용이 현저히 감소했다. 조직 회복 속도도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괴사하는 피부염 증상도 기존 치료보다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조건이 같더라도 플래시 치료를 했을 때 폐 조직의 염증 물질 생성을 억제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정상 세포의 DNA 손상을 막는 생물학적 기전을 확인한 것도 이번 연구의 중요한 성과로 꼽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양성자치료센터 개소 이후 10년간 8000여 명에게 약 10만 건에 달하는 양성자 치료를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플래시의 실제 임상 활용에 꼭 필요한 핵심 기반인 정밀 선량 평가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한 교수는 “양성자 플래시 치료가 폐암과 같은 난치성 암 치료에서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라며 “앞으로도 국내 입자선 치료를 선도하고 환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사업부의 ‘방사선 이용 미래혁신 기반기술연구 사업’ 중 ‘암치료의 혁신을 위한 양성자 조사의 미래기술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영상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영국 영상의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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