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입에도 안댔는데 폐암?… ‘폐질환’ 있으면 7배 뛴다
2026-02-17 (화) 12:00:00
국내 연구진이 담배를 전혀 피운 적 없어도 폐암 발병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위험인자를 규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김홍관·이정희 폐식도외과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지원준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16~2020년 두 병원에서 비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았던 비흡연자 3000명과 폐에 이상이 없는 대조군 3000명을 정밀 분석한 결과 만성 폐 질환 병력이 있으면 폐암 발병 위험이 3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폐암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흡연이다. 그런데 최근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선 신규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비흡연자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 환자 가운데 비흡연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8%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학계에서는 흡연력 기준만으로 폐암 발병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6000명은 모두 흡연 경험이 없는 비흡연자였다. 분석에 따르면 비흡연 환자 중에서 폐결핵 등 폐질환 병력이 있으면 폐암 발병 위험이 대조군보다 2.9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경우 폐암에 걸릴 위험이 7.26배까지 치솟았다.
‘만성 폐 질환’ 유무가 비흡연자 폐암 발병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확인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위험이 폐에 지속되는 만성적인 염증 반응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가족력과 사회경제적 요인도 비흡연 폐암 발병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촌 이내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1.23배 높았다. 특히 형제자매에게 폐암 병력이 있을 때 위험도는 1.54배로 커졌다. 또한 비수도권 거주자의 폐암 위험이 수도권 거주자보다 2.81배 높았다. 실업 상태인 경우에도 폐암 위험은 1.32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지역 간 산업 환경적 노출 차이나 의료 접근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실업 상태인 경우에도 폐암 위험이 1.32배 증가했다. 경제적 요인이 건강 관리 및 의료 이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지원준 교수는 “기존 흡연자 중심의 검진 체계를 넘어 비흡연자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예방 및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홍관 교수는 “폐암은 흡연 탓이라는 인식 때문에 비흡연자들은 상대적으로 폐 건강에 소홀하기 쉽다”며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만성 폐 질환이 있거나 폐암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 검진과 세심한 관리를 통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호흡기 분야 국제학술지 ‘체스트(CHEST)’ 최근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