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예수는 병자를 고쳤다

2004-03-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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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종교전문기자>

며칠전 L.A.(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본지의 한 독자로부터 한 통의 편지와 신문자료를 받았다. 독자는 일요일, L.A.국제마라톤에 참가한 나성영락교회 담임목사와 교인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교회와 교인들의 상반된 견해가 풀릴 수 있는 글을 부탁한다고 전해 왔다.

지난 7일 L.A.에서는 제19회 ‘L.A.국제마라톤’이 열렸다. 100여 국가에서 한인 600여명을 포함해 2만4,0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마라톤대회가 열린 날은 일요일(교회에서는 ‘주일(主日)’이라고 부름)이었다. 한인 600여명 중 L.A.대형한인교회 담임 목사와 장애인을 포함, 교인 200여명이 단체로 참가했다.


이들은 ‘사랑의 달리기’란 주제를 걸고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모금을 했다. 모금액은 8만6,168달러80센트. 교회는 뇌성마비, 정신지체, 자폐증 등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보아 주는 아시안정신장애센터를 비롯해 선교회 등 8곳에 각각 7,000달러씩 5만6,000달러를 전달했다. 나머지는 한인 커뮤니티를 지원하기로 한 프로그램으로 이월됐다.

나성영락교회는 미주 내에서 최대의 한인교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마라톤에 참가한 목사는 림형천 목사. 림 목사는 뉴욕 롱아일랜드 지역에서 아름다운교회를 개척해 10여년 목회 하다 나성영락교회 박희민 목사의 후임 담임자로 부임했다.

나성영락교회는 담임 목사와 교인들의 일요일 마라톤참가 여부를 놓고 당회를 열어 장로 전원(25명)이 찬성했으며 일요일 5부로 열리던 예배를 7부로 늘려 가졌다. 또 대예배 설교는 다른 목사에게 부탁해 예배를 가졌다 한다. 이에 L.A. 일부 한인교회는 담임목사가 주일성수(교회에서는 일요일 예배 참석을 ‘주일성수’라 함)를 하지 않고 교인들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했다고 성토가 대단했다. 세상과 구별해야 하는 안식일에, 교계 어른격인 교회가 세상 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주일성수를 목숨처럼 여기는 영혼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무책임한 행동이며 교회 공동체에 대한 배려 없는 개 교회주의의 극치라는 격한 비난과 반대의견을 쏟아놓았다.

L.A.한인언론을 통해 알려진 찬성과 반대의 입장은 각양각색이다. 찬성 쪽 한 의견은 담임목사가 교회 안에만 있지 말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된다며 마라톤에 참석하고자 하는 의도를 전했을 때 교회 봉사도 하지 않고 주일 예배에만 참석하고 있는 나는 조그만 불꽃을 보았다.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가슴이 뛰었다. 한 곳에서 조그만 바람이 일어 그 바람과 함께 불꽃이 점점 퍼져 나가는, 그래서 각 교인이 변화되고 교회가 변화되고 L.A.가 변화되고 세상이 변화되는 그 변화의 미세한 시작을 보았다고 했다. 반대 쪽 한 의견은 주일에 예배를 드려야 할 시간에 목사가 강단을 떠나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은 것 같다.

그 목사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하는 성서의 가르침을 몰라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한다 할지라도 성서의 가르침에 어긋나면 그리스도인이라면 삼가야 한다 등등.
양쪽 다 맞는 것 같다. 일요일 ‘주일성수’는 교인의 의무 중 하나다. 교회나 목사, 교인들은 ‘주일성수’를 따라야 하며 지켜야 한다.

그러나 예외는 있을 수 있다. 내 개인적 견해로 볼 때 나성영락교회가 일요일에 참가한 L.A.마라톤 같은 경우다. 교회는 주일 예배를 가졌고, 어려운 이웃도 도왔다. 사실, 구약성서에서 말하는 안식일은 토요일이다. 구약시대의 안식일은 신약시대에 와 주일(主日)이 되었다. 이 ‘주일’이란 한 주간의 첫날로서 사도들과 초대교회가 그 날(부활)을 기념했다고 해석된다. 기독교적인 안식일 엄수주의는 일요일에 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콘스탄틴(Constantine) 황제가 A.D.321년에 규칙을 제정한데서 비롯되었다.


예수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지 않다고 했다. 요한복음 5장에는 예수가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유대인들은 예수가 안식일을 범한다고 했다. 그러나, 예수는 병자를 고쳤다. 교회가 마라톤에 참가해 모금하여 어려운 이웃을 도운 것은 주의 날에 행한 선한 행위에 속한다. 중요한 것은 주일 날, ‘무엇을 했느냐’이다.

분명한 것은, 교회는 세상 속에 있는 것이지 세상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 없는 대통령이 없듯, 세상 없는 교회는 있을 수 없다.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며 치유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다. 예수라면 어떻게 말씀 할건지,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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