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꽃샘 추위

2004-03-19 (금)
크게 작게
김 주 찬 (취재부 차장)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흔히 많이 쓰는 비유가 컵에 절반 정도 차있는 물을 보고 ‘절반이나 남았다’ 아니면 ‘절반밖에 없네’라는 것이다.

물은 단지 그만큼 있는 것 뿐인데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다.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이러한 시각이 서로 대치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그만큼의 대비를 하게되고,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 한걸음 나아가려 한다.


‘낙관론자가 비행기를 만들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든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말이다.혹독한 추위가 지나고 3월들어 봄기운이 돌더니 갑자기 추워지고 눈이 내렸다.

얼마전 고속도로에 핀 눈꽃을 보고 ‘예쁘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사람의 간사한 마음에 피식 웃고 말았다. 불과 얼마전에는 추운 날씨가 지겹고 눈만 봐도 짜증스러웠는데.

그러나 꽃샘 추위는 역설적으로 봄이 왔다는 증거에 다름아니다. 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눈꽃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다.요즘 미국 경제 회복 여부를 두고 한인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낙관론이 한창이더니 비관론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생각만큼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니까 더욱 불안해지는 것이다.

경기를 전망하는 시각에 따라 투자나 소비를 줄이는 사람도 있을테고, 반대로 기회로 생각해서 열심히 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자신의 판단이 옳기만을 바랄 뿐이다.때마침 한국에서도 꽃샘 추위가 한창인 모양이다.

정치적으로도 갑작스럽게 격동기를 맞고 있다. 당장 나라가 망할 것 같이 호들갑을 떠는 한인도 있지만 그러나 해외에서 보듯 그렇게 불안한 상황은 아닌 모양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영희 교수가 말했듯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