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유미나양 펀드

2004-03-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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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편집위원)

측은지심은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을 뜻한다. 이는 성경의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과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철학자인 맹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어린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는 것을 갑자기 발견하게 되면 모두 놀라고 불쌍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는 그 어린아이의 부모와 사귀려는 마음에서가 아니며, 마을 사람과 친구들에게 칭찬 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또한 그 원망을 듣기 두려워서도 아니다. 이것은 사람에게 본래부터 측은지심, 즉 깊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인간적이라는 평을 듣게 될 때 그 사람에게서 읽을 수 있는 마음이 곧 측은지심입니다.

불쌍한 사람을 보고 십시일반 도우려는 마음이 생기고 아픈 사람을 보면 자신의 가슴이 찡하게 아파 오는 것이 바로 측은지심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불쌍한 마음을 내었다가도 금방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측은지심이 인간적인 척도라고 한다면 불보살(부처와 보살)들은 가장 인간적인 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불보살님의 이 마음을 닮아가야 합니다. 이 마음이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우리 가족과 이웃의 마음자리에서 넘쳐흘러야 원한이 없는 세상이 되고 인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이는 혜총 스님의 저서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에 나오는 내용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 다시 말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것은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개인주의를 벗어나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바탕이란 의미가 아닌가 싶다.

기독교에서도 모든 계명의 중심은 이웃사랑에 있다.흔히 성서적으로 보면 이웃 사랑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함께 계명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중심적인 계명이라 한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5장 14절에서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 같이 하라 하신 한 말씀에 이루었나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요한 복음 13장 34-35절에도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일줄 알리라”라는 내용이 있다. 이처럼 이웃사랑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본질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것과 대립될 수도 없고 또 하나님께 대한 사랑을 핑계 삼아 면제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만큼 이웃사랑은 믿는 이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하나님의 계명이다.

다시 말해 이웃사랑이 없이는 하나님의 사랑은 없기 때문에 이웃사랑을 실행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행하는 모든 신앙행위가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는 의미일 게다.

한인사회를 둘러보면 어려움에 허덕이는 이웃들이 있다.아픔과 외로움과 어려움에 시달리는 어린이, 노인 그리고 장애인. 직업을 잃은 아픔에서 헤
어나지 못하고 생계를 잇기 어려워 거리를 헤매고 방황하는 사람, 난치병에 걸렸으나 도움의 손길이 모자라 꺼져 가는 생명들. 불의의 사고로 졸지에 자녀를 먼저 떠나보내고 생계마저도 막막한 사람들 등등.


요즘 한인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으로 지난달 29일 방화사건으로 큰딸을 먼저 보내고 작은딸마저도 병원에서 아직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유미나양 가족을 꼽을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인종을 초월한 이웃사랑이 펼쳐졌고, 한인사회 차원에서도 유미나양을 돕기 위한 이웃사랑의 불이 지펴지고 있는 것. 지난 15일 유양이 재학하던 PS 169 한인학부모회와 뉴욕한인봉사센터, 뉴욕한인학부모협의회, 그리고 플러싱한인회가 합동으로 ‘유미나양 펀드’ 조성 캠페인에 착수했다. 또한 오는 19일과 20일에는 뉴욕신광교회에서 기금 모금 야드 세일도 실시하기로 했다.

참으로 값진 이웃사랑 행사가 아닐 수 없다.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사람은 이웃과 더불어 서로 아끼며 살아야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뜻밖의 사건으로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미나양을 위해 펼쳐지고 있는 ‘유미나양 펀드’ 조성 캠페인에 뉴욕한인회, 종교계, 지역한인회와 직능단체 그리고 사회봉사단체 등 범 동포적인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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