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어찌 하오리까?

2004-03-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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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특집부 차장대우>

한민족은 어딜 가나 부락을 지어 공동체 생활을 하길 좋아하는 것같다. 그 때문일까? 미국에서도 한인 이민자들이 어디에 주로 살고 있는지는 어린이들조차 눈감고도 짚어낼 수 있을 정도다.

한반도에서는 아주 먼 옛날부터 마을주민들이 서로 농사일 도와가며 상부상조하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어왔다. 이는 한민족이 피부를 부대끼며 살아가는 장점을 태어날 때부터 이미 터득하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사실이다.


헌데 요즘 뉴욕한인사회를 보면 한인들은 왜 그다지도 몰려 살고 있는 것인지 간혹 의아해지지 않을 수 없다. 상부상조하며 협동단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가까이 살면서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잘난척하는 맛에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무척 각박해진 느낌이다.

현재 한인사회에는 커뮤니티의 단결된 힘을 요구하는 여러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안으로는 한인사회의 흥망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인사회와 직결된 지역사회와의 문제에서부터 밖으로는 미주내 한인사회의 위상 정립과 더 나아가 한 핏줄을 나눈 동포를 돕기 위한 대북동포지원사업에 이르기까지 손꼽을 수 없을 정도다.

또 얼마 전 방화사건으로 언니를 잃고 사경을 헤매며 큰 어려움에 처해있는 유미나양 등 갖가지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가까운 이웃들도 한인사회의 온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인사회의 결집력이 요구되는 시기임에도 때론 우린 아직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이해타산에 따라 완전 무관심해 지기도 하고, 자신이 당하지 않은 남의 어려운 속사정은 이해하지도, 또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 이기적인 모습들이 만연하다.

그동안 우리는 미주내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의 위력을 볼 때면 우리보다 먼저 이민와서 터전을 잡았으니까…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민 햇수만 탓할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한인들처럼 특정지역에 무리 지어 살지도 않는 일본인들은 공립학교마다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개설했다. 또한 어디를 가나 일본어가 대접받도록 하는 등 곳곳에 그 영향력을 미치며 은근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서로 뭉쳐 살면서도 결코 하나가 되지 못하는 우리 한인들… 이를 어찌 하오리까?라는 안타까운 탄성만 자아내게 하지 말고 이제는 `뭔가 보여주는’ 한인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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