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직도 조국은...

2004-03-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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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뉴욕신광교회)

아직은 쌀쌀한 새벽이지만 잠자던 영혼을 그 차가움에 흔들어 맑게 깨운다. 축복받은 삶에 감사드리며 사순절 새벽기도회를 위해 교회로 향한다. 비단 이 주간 뿐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이민생활 속에 지난날의 무사를 감사드리며 오늘의 평안과 새 힘을 위한 새벽기도는 삼백육십오일 계속된다.

속죄양으로 우리에게 오신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사십일간 금식하며 시험받은 그 고난주간인 사순절을 맞아 우리의 죄를 속죄하며 감사드리는 특별 기도회이기에 많은 성도들의 발길은 분주히 교회를 향해 달린다.


이러한 기간중 오늘 새벽기도회는 목사님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태평양 건너 멀기만 한 조국을 위한 기도로 목이 메었다. 가까이 있지 못하기에 더욱 걱정스럽고 더욱 가슴 아픈 안타까움, 지금은 두 분 모두 고인이 되신 부모님으로 인하여 느꼈던 그 아픔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조국을 떠나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조국은 언젠가 우리가 돌아가 편안히 안기고 싶은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회색빛 물안개 속에 실체를 찾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 안타깝게 사라졌다. 신문에 실린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문자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나 읽었던, 죄상을 들어서 논란하고 책망함이라는 뜻의 용어가 아닌가. 이것이 국민이 뽑은 국가 원수에게 해당이 되었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도 조국을 그리워하며 해바라기 되어 살았던 우리
이민동포의 마음에 한 점 커다란 상처와 의구심으로 자리했다.

탄핵안 가결로 인해 빚어질 여러가지 당면한 문제점이야 국내 각 기관에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나의 당면한 문제라면 아이들의 정체성을 길러주고 싶은 부모로서의 위치가 곤란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낯 뜨거운 신문의 사진이나 문자야 없애버리면 그만이지만, 눈만 뜨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로 온 세계를 열어보는 아이들에게 궁색한 변명의 여지는 있는 것일까?

어쩌면 국민들 중 일부는 이러한 결과를 감지하며 탄핵안을 반대하였는 지도 모른다.사순절을 맞아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겨본다. 우리를 위해 행하신 그리스도의 고난과 그 존귀하신 생명까지 내주신 사랑의 참모습을. 인간의 어리석음과 욕심으로 세상의 죄악과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매일 매일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참사랑의 말씀은 우리의 생활 속에 살아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푯대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말씀 가운데 이루어지는 회개와 속죄는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추구하며 살아가게 한다.찬반의 머리 수나 숫자상의 퍼센테이지를 계수하기 이전에 각자의 정직한 참모습이 우선이 되는 사회가 되어지길 바란다. 또한 아픔이 주는 고통 속에서 참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지혜가 각별히 필요한 때라 생각된다.

이제 더 이상은 모래 위에 성곽을 쌓는 어리석음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머지않아 사십일 간의 고난기간이 지나면 예수님의 찬란한 부활로 우리의 가슴은 뛰리라! 주님을 십자가에 달리게 한 우리 모두가 이제는 썩어진 옛 것들에서 헤어나 참사랑의 못자국 난 그리스도의 손을 잡고 부활에 동참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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