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탄핵사태 혼란, 개탄한다

2004-03-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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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결의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한국내의 혼란사태는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탄핵 결의는 찬반측의 명분이 어떻든 간에 정치세력간의 싸움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치권에 의한 대통령 탄핵 결의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을 조성하고 말았으니 한심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노대통령의 집권 이후 진보와 보수의 극한적인 대립 상태가 끊임없이 지속되어 심각한 국론 분열과 사회분열을 겪어오고 있다. 더우기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대립 양상이 격화될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탄핵사태로 인해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탄핵 결의에 대한 찬반 의사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가 있지만 국회에서 탄핵이 결의된 이상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9명 가운데 3분의 2인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이 결정될 경우 대통령이 물러나게 되므로 헌재의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남게 되었다.

이번 탄핵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는 탄핵 반대세력에 의한 촛불데모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탄핵 반대와 지지를 위한 서명운동이 각각 벌어지고 있다. 또 미국내 한인사회에서도 극심한 찬반 의견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로 인해 더 이상 혼란이 조성되어서는 안된다.

지난번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부시 후보와 고어 후보의 팽팽한 대결로 미국정치가 일대 위기를 맞았을 때 미국인들은 개인적인 찬반 의사를 주장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렸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후보측과 국민들은 최종 판결 결과에 승복했다. 미국의 이같은 전례는 이번 한국의 탄핵사태에 대처하는 본보기로 삼을만 하다.

지금 한국은 파국적인 분열상태를 지양하고 국민적 화합을 이루는 일이 급선무이다. 그리하여 정치 안정과 사회 안정으로 경제발전이 이루어질 때 국민의 생활이 안정되고 국가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 탄핵 사태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의연히 대처해야 한다. 탄핵에 대한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국민의 의사는 4월 총선을 통해 표시
하면 된다. 한국의 정치권이 만들어낸 혼란이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으로 슬기롭게 수습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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