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사

2004-03-15 (월)
크게 작게
안동규(포트워싱턴)

저녁식사중에 남편이 광능내(서울)에 전화를 하라고 한다. 큰댁에 전화해서 그동안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니 큰 동서가 할 말이 있다고 하신다. 자네 생각을 알고 싶다면서 “내 나이 80이 넘었는데 두 팔이 떨어져라고 사다가 제사를 장만한다”면서 며느리가 둘 있는데(교회에 푹 빠진 사람) 오기는 오는데 적당히 있다가들 간다고 하신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것이기에 서로간에 불편하다면서 “자네가 제사를 맡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제가 제사 지낼줄 모르고 어떻게 하면 좋으시겠어요” 했더니 좋은 생각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나는 엉겁결에 “이제 제사 그만 지내시는 것이 좋으시겠어요. 연세도 많으시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그동안 충분히 수고하셨어요” 했더니 “그래도 괜찮을까(?)” 하신다.

생각하니 막내 며느리인 나는 불효자식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닌지(?). 옆에 있던 남편이 얼굴색이 변하면서 당신이 뭔데 그런 소리 하느냐고 목청을 높혔다.

음력 설, 추석, 헤어졌던 가족들이 모여서 제사도 지내고 정담도 나누고 화투 윷놀이 소박한 시골음식을 나누는 것이 우리 고유의 풍습인줄 누가 모르겠냐만 꼭 제사를 지내야만 자식 도리를 다 하는 것인지?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하는 것이 도리인 줄 알면서도 내 자신부터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항상 죄송스런 마음으로 살아간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