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올챙이적 생각

2004-03-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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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종교전문기자. 목회학 박사>

개구리가 되어 뛰어 다니게 되면 올챙이 적 생각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꼬리를 흔들며 물 속에서 헤엄치던 올챙이 때를 잘 기억해 개구리가 되었어도 망나니짓을 하지 말아야 되는데, 그게 그렇게 잘 되지 않는 게 인간인가 보다. 개구리가 되어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마구 뛰어 다니다 보면 뱀에게 잡혀, 먹이가 될 수도 있다.

이 말은 가난하고 곤궁할 때 생각을 해, 형편이 나아지고 여유가 있게 된 지금 더 검약하게 살라는 뜻도 있고 젊을 때를 생각해 장년이나 노년기 때 더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뜻도 있다. 이처럼 사람은 항상 잘 나갈 때를 조심해야 한다. 주가가 올라갈 때 몸조심, 말조심, 모든 것에 조심하며 살아가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는 생각하지 말고 미래만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뚝뚝 끊어진 실이 아니라, 한 타래로 엮여진 실이다. 과거가 있었음에 현재에 와 있고 과거와 현재가 있음에 미래가 보이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미래가 단연 더 중요성을 띄게 된다.

미래가 열린 상태가 아니고 좋아 보이지 않으면 희망을 잃어버리고 좌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도 자신의 능력 한계 내에서 그림을 그려야지 능력 밖의 그림을 그려 사실화되기를 바란다면 그 미래는 몽상과 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큼 미래는 과거와 현재가 뒷받침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과거란 순간, 순간 지나간 것은 다 과거다. 하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노년이 되어 다시 되돌아 볼 때 인생에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대입해 볼 수 있다. 사람의 살아가는 년 수를 80이나 90이라 보고 그 때의 나이가 되었다 친다면 삼 단계로 나누어 삶을 연결시켜 볼 수 있다. 인생의 과거에 해당되는 시기는 태어나서부터 30에서 40으로, 현재에 해당되는 시기는
40에서 65세까지, 미래에 해당되는 시기는 66세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라 보면 어떨까.

이렇게 구분해 보면 과거에 해당되는 시기는 한창 젊음에 차있을 나이다. 현재에 해당되는 시기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일 할 나이다. 미래에 해당되는 시기는 황혼을 맞이한 나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생의 과거는 청년의 시기, 현재는 장년의 시기, 미래는 노년의 시기랄 할 수 있다.

인생의 올챙이에 해당되는 나이는 보통 30~40 전이라 하겠다. 그리고 개구리에 해당되는 나이는 40 이후라 할 수 있다. 노년기, 즉 65세 이상은 생의 마감을 준비하는 시기로서 올챙이와 개구리 구분을 하지 않아도 될 나이다. 이미 이 때는 남이 무슨 말을 해도 잘 들어주고 넘어갈 줄 아는 이순(耳順:귀가 순함)을 지난 나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 때에도 계속해 개
구리 흉내만 내려 뛰어 다니며 노욕(老慾)을 부리다간 뜻하지 않은 시간에 뱀에 물릴 수 있다. 이 때의 뱀이란 사자(死者), 즉 죽음을 뜻한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인생은 60부터란 말이 있다. 60-70이 넘어서도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며, 이웃을 위한 사랑의 자원봉사 같은 것은 얼마든지 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건강관리에도 좋고 늙음을 젊음으로 되새김질할 수 있는 좋은 요건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욕심이 아닌 순수한 열정에서의 노력과 봉사는 나이가 들어 하는 것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자녀들이 떠나간 자리를 메워 줄 수 있는 길은, 좋은 그림 그리기 같은 취미를 기르며 노부부가 함께 걷기나 가벼운 운동을 함께 하는 것도 노년에는 좋다.


올챙이적, 청년 때에는 실수도 있을 수 있다. 개구리가 되기 전이니 모양의 변이로 보아서도 청년의 때 실수는 잊혀질 수 있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된 뒤인 장년의 때, 노년의 때의 실수는 욕이 될 수 있다. 개구리가 된 다음에 하는 실수는 개구리 얼굴을 다시 올챙이로 변하게 할 수는 없기에 그렇다.

이 말은 과거보다는 현재가,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즉, 인생에 있어 청년기보다는 장년기가, 장년기보다는 노년기가 더 좋아야 된다는 말이다. 더 좋아야 된다는 말속에는 노년의 경제적 안정과 삶의 질도 포함된다. 삶의 질 안에는 문화생활의 풍요함과 즐거움도 들어간다.

노무현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노 대통령이 올챙이적 생각을
하며 좀 더 신중히 국정을 운영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건데. 나만의 생각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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