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노년을 젊게 사는 비결

2004-03-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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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 은퇴를 했거나 은퇴연령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노년에 대한 신세 한탄을 할 때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으로 기력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기억력이 감소하는 등 노화현상을 실감하면서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년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인병에 시달리기 때문에 인생에 대한 즐거움 보다는 고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한인사회 이민 1세는 대부분 이런 노년기에 접어들고 있다. 요즘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빠른 만큼이나 시대의 변화가 빠른 세상이기 때문에 사회의 세대 교체도 빨라졌다. 노년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사회 변화에 대한 간격을 더 느끼게 되기 때문에 이런 간격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폐기처분되는 기계처럼 이 사회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한인사회의 주역이었던 이민 1세들이 역동성을 잃고 있는 원인이 이 때문이며 이로 인해 한인사회가 또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사람은 이런 인생의 황혼기가 되어야 젊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우리가 고교 때 국어 교과서에서 ‘청춘예찬’이란 글을 읽었을 때는 그 진정한 의미를 몰랐다. 젊은 시절에 귀에 울리도록 듣던 ‘청춘은 아름다워라’라는 싯귀는 이제야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말이 되었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요즘 한국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영양 상태가 좋아져서 젊은 여자들이 너무 예뻐졌다고 했는데 좋은 영양과 화장품, 그리고 성형수술의 덕분도 있겠지만 싱싱한 젊음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신체적으로 젊기 때문만은 아니다. 젊음이 가지고 있는 희망이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 온 몸에 활력이 넘치게 하기 때문에 더욱 젊고 아름답게 보이게 된다. 반대로 나이를 먹어 황혼기에 접어든 사람은 희망이 없기 때문에 활기를 잃어 더욱 무기력하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먹게 되는 나이란 출생 순간부터 살아오면서 경과한 시간의 수치이다. 이 시간적 수치에는 일정한 단계가 있다. 한국에서는 6세에 학교에 들어가고 20세에 이르면 성년이 된다.

미국에서는 18세가 성년이다. 그러나 나이는 이런 숫자적 나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육체적 발육으로 보는 생리적 연령, 정신적 성숙도로 보는 정신적 연령이란 말도 있는데 이런 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즉, 숫적인 나이는 같아도 신체적, 정신적 연령은 사람마다 다르며 따라서 노화도 숫적 나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보통 노년을 60대 또는 70대부터로 보는 경향이 많고 어떤 학자들은 50대부터 노년으로 보기도 한다. 과거처럼 인간 수명이 짧았던 시대나 한국처럼 은퇴연령이 빠른 사회에서는 노년이 빠르고 현대처럼 평균수명이 긴 시대나 미국처럼 은퇴 시기가 늦은 사회에서는 노년이 늦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늙었다는 개념은 문화적 요소에 따라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같은 시대의 같은 사회에 사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늙었다고 느끼는 마음은 다르다. 장성한 아이들과 손자들이 많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늙었다는 느낌이 크겠지만 같은 나이라도 싱글로 사는 사람은 덜 느끼게 될 것이다. 또 같은 나이라도 은퇴한 사람은 더 늙었다고 느끼겠지만 매일 매일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나이를 덜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늙었다는 개념은 문화적 요소 뿐 아니라 심리적 요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이 우주의 자연법칙 속에서 우리는 가는 세월을 어찌할 수 없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어가는 인생을 어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숫적인 나이를 먹어 노년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없어도 문화적, 심리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노년을 노년이 아닌 청년처럼 살 수는 있다. 노년이 되면 신체의 기력과 기억력 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숙달된 능력, 예를 들면 화가의 재능 등과 같은 능력은 퇴화하지 않는다. YS와 DJ는 70대에 대통령을 했고, 80대에도 손수 운전을 하면서 사회 활동이나 사업에 전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노년을 청년처럼 사는 비결이 있다. 숫적인 나이를 의식하지 말고 젊은이와 같은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에 인생은 40부터라는 의약품 광고가 유행했는데 우리의 생각에 따라 인생은 60부터라고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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