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엉터리 전문인

2004-03-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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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편집위원)

‘돌팔이!’
돌팔이의 사전적 의미는 제대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엉터리 실력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을 통속적으로 일컫는 말이다.원래 돌팔이는 전문지식이나 기술 없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의 속칭이다.

유래를 보면 아는 것이나 실력이 부족해서 일정한 주소가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기술이나 물건을 파는 것을 ‘돌팔이(돌다+팔다)’라 했다. 돌팔이 무당, 돌팔이 의사 등의 말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 않는데 돌팔이가 쓰인 예로 ‘돌팔이 글방’이란 것이 있다. 조그만 아이들을 모아 자격도 별로 없는 사람이
가르치는 글방을 말한다. 본디는 ‘돌팔이 글방’ 이었다.


‘돌팔이’란 학문이나 기술을 본분으로 하지 않고 오로지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사실은 ‘돈벌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연유에서 ‘돌팔이’는 가짜나 엉터리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한인사회에서 ‘전문가’를 위장한 ‘돌팔이’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돌팔이’ 뿐만 아니라 자격을 갖춘 전문인 가운데도 ‘돌팔이’처럼 엉터리 실력으로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곤 한다. 심지어 전문지식을 악용하여 고객에게 사기행각(?)을 일삼는 돌팔이보다도 못한 일부 전문인들도 있다.

신문사에서 일하다보면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을 접할 기회가 잦은 편이다. 며칠 전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부동산 중개인이 부동산 오너 브로커에게서 피해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코압 매물을 공동으로 판매해 수수료를 반으로 나누기로 했으나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도 억울해 법정소송까지 갔으나 수수료 분담에 대한 계약서류가 없어 패소했다고 한다. 양심에 호소해도 들은 척도 안해 결국 한인사회에 그의 잘못된 행위라도 널리 알리기 위해 전화한다고 했다.

요즘은 부동산업계를 취재하다보니 융자 전문인들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한인들의 얘기도 자주 접하게 된다. 낮은 이자율을 미끼로 고객을 유치하여 결국은 높은 이자율로 융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거나, 모기지 상품에 대한 잘못한 선택으로 나중에 벌금을 물게 되는 경우 등 융자전문인을 믿었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한 직능단체의 전직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한인사회에서 유명세만 내세운 의술로 인한 피해를 얘기했다. 본인 스스로도 잘못된 쑥 뜸과 침 치료로 인해 다리를 절단할 뻔한 끔직한 상황을 털어놓으며 이런 피해자가 너무나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인들의 건강을 해치면서 돈벌이에만 급급한 돌팔이를 뿌리뽑을 수 있는 방법
을 알려주면 적극 나서겠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한인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 분야 전문인들에 의한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엉터리 자동차 딜러, 엉터리 변호사, 엉터리 자동차 정비사, 엉터리 의사, 엉터리 회계사, 엉터리 기자 등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돌팔이 전문인’ 얘기는 너무 들어 지긋지긋할 정도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엉터리 수법으로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는 전문인 가운데는 한인사회 인사로 버젓이 활동하는 사람도 끼어 있는 것이다.
물론, 한인사회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의 전문인들 가운데는 잘하는 전문인들이 더 많고, 엉터리 전문인들은 극히 일부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다 보면 엉터리 전문인들이 당당하게 한인사회에서 발붙이고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한인들은 우선 엉터리 전문가를 찾지 말고, 속지 말아야 하며, 만약 피해를 당하면 널리 알려 더 이상의 똑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또한 전문인 단체들은 일부 엉터리 전문가 회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 일부에 대해 더 큰 책임을 느끼고 가혹하게 자정노력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엉터리 전문인들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흔히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정보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전문인’들이 필요하다. 전문인을 위장한 ‘엉터리 전문인’이 아닌 ‘진정한 전문인’ 말이다.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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