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봄은 왔는데

2004-03-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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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3월에 들어서니 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뉴욕의 봄은 허드슨 강이 풀리면 온다더니 정말 해동이 되어 봄이 왔음을 알리는 듯 싶다.
한국에도 TV 뉴스를 보니 제주 남단에 벌써 산수유가 노오랗게 망울을 터뜨려 정녕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도 마켓에 가보면 벌써 봄을 알리는 냉이, 달래, 쑥 등이 모습을 드러내 봄의 향기를 진하게 느끼게 한다. 공원이나 산에 가보아도 군데군데 얼음이 녹으면서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새소리가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3월이면 대자연의 모든 생물들이 긴 동면에서 깨어나 저마다 움틀거리며 새봄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생동하는 몸짓을 한다. 언제 그런 추위가 있었으며, 또 언제 그렇게 힘든 날들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화창한 햇볕과 따사로운 봄바람은 우리들의 마음을 감싸주며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다.


지난해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온 계절이다. 폭설과 혹한이 우리들의 생활을 크게 위협하고 지구촌 곳곳은 홍수와 가뭄, 지진과 기근으로 몸살을 앓았다. 또한 이라크 전쟁에다 사스, 독감, 광우병, 조류독감 등의 연이은 출현으로 우리들은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지금도 언제,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눈만 뜨면 재난의 소식이 우리를 기다려 마음이 어둡다. 두고 온 한국은 여전히 정치가 안정이 안돼 경제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인사회도 말들을 안 해서 그렇지 요즘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한다. 그래서 ‘건물을 내놓았다’ ‘집을 팔았다’는 소리가 요란하고, 어떤 경우는 가게가 안돼 팔려고 해도 잘 안돼 손해를 보면서도 할 수없이 문을 열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

기업들도 도산하는 곳이 많아 ‘파산했다’, 종업원도 ‘실직했다’ 하는 소리가 잦다. 그러다 보니 부부 사이에도 문제가 많이 생겨 ‘이혼했다’ ‘별거했다’ 하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래저래 지난해는 수난이 많아 사람들의 마음은 어둡고 꽁꽁 얼어붙은 경기도 여전히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계절적으로는 분명히 봄은 왔는데 세
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봄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뭐니 뭐니해도 한인들이 하는 비즈니스가 잘 되야 하는데 지난해는 유달리 날씨마저 고르지 못해 한인경제가 엉망이었다. 다행히 봄이 오면서 한인경제가 나아질 거라는 소식이 조금씩 들려온다.

정말 경기가 풀리려나? 다행히 미국경제는 나아진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데 아직까지 한인들에게는 신호가 오지 않는다. 위에서부터 서민에게까지 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미국의 경제지표 수치가 점점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경기가 풀리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엉망이었던 한인경제도 이제 봄이 오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 같은 분위기다. 한인경제는 한국과 직, 간접으로 연결돼 있어 한국경제도 이번 봄을 계기로 어서 빨리 풀려야 할 것이다.


여행사는 물론이고 선물센터, 백화점들이 잘 돼야 다른 여기 한인소매 업종들도 덩달아 풀리게 된다. 이런 업종은 역시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좋으나 싫으나 한인업소들을 찾기 때문에 고국의 경제가 풀려야 사람들도 많이 왔다 갔다 하고 그래야 이 곳의 경기도 제대로 돌아간다.

아직은 어렵지만 숫자상으로 경기가 풀리는 조짐이 보이니 이런 상태로만 간다면 조만간 돈이 서민한테로 가고 그러다 보면 한인들이 많이 하고 있는 델리나 그로서리, 세탁소, 네일살롱 등도 예전과 같이 활발하게 돌아갈 것이다.

아무리 눈이 많이 오고 혹한이 몰아쳐도 시간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비록 험하고 힘든 고비가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버티면 언젠가는 희망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에게 꿈과 희망이 있는 한 우리의 겨울은 언제 그랬냐는듯 물러갈 것이다.

훈훈한 봄소식과 함께 한인경제도 해동과 더불어 어서 빨리 화끈하게 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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