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동성결혼(同性結婚)

2004-03-08 (월)
크게 작게
김명욱(종교전문기자)

섹스(Sex)는 성(性)을 나타낸다. 회사에 갓 입사한 사원이 입사원서를 쓰면서 섹스(Sex)란 항목이 나와 당황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섹스 횟수를 묻는 것 인줄 알았단다. 섹스 항목은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밝히라는 난이지 섹스 생활이 어떠냐 하고 묻는 것은 아니다. 즉 성별을 나타내는 항목이다. 이런 항목은 어떤 서류에서건 나타난다.

요즘 동성결혼이 세계적 화제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에서 동성결혼증명 발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뉴욕의 뉴팔츠와 뉴멕시코주에 이어 오리건주의 포틀랜드도 동성 결혼증명서 발급대열에 같이했다. 오리건주는 뉴욕주를 포함 12개 주에서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간 결합”으로 못박지 않은 주 중 하나다.


동성결혼증명서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해주는 증명이다. 아직 발급해 주는 곳이 미국의 몇 개 주 내의 진보적 경향이 있는 도시지만 앞으로 어떻게 확대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또 11월 미국 대선, 즉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보수파와 동성결혼을 옹호하는 진보파의 표밭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통령 후보들의 유세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
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일이다. 반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동창이 생각난다. 이름도 가물거리는 옛적 일이다. 기억에 확실한 것은 그 동창은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하나 하나가 남성 같지가 않았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밖에 나가 다시 돌아와 앉을 때에는 가지고 다니는 손수건을 꺼내 먼지도 없는 자리를 털어 내고 자리에 사뿐히 앉곤 했다.

말씨도 여자 같았다. 얼굴을 안보고 말만 듣는다면 여자가 말하는 줄 착각할 정도였다. 항상 수줍어하고 반 학생 모두에게 친절하던 그 동창은 선천성 호모였는지, 후천성 호모였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나중에 듣기로는 그 동창의 위로 누이가 다섯 명이나 있었다 한다. 그래서 그가 그런 행동과 말씨를 썼는지는 알 수 없다. 그가 태어난 후, 누이들의 영향을 받아 그렇게 됐다면 그것은 후천성 호모에 가깝다. 지금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남성이 남성을 보고 이성으로 느낀다면 호모(homosexuality)다. 게이(gay)로 표현되는 호모는 다른 성과는 사랑을 못 느낀다. 이렇게 같은 성끼리 서로 좋아하는 미주 내 동성커플은 600만여 가구다. 전체 미혼 가정의 11%를 차지한다. 한 가정, 한 개인의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다.

600만 가구를 사람으로 계산하면 1,200만 명이 된다. 이들이 모두 다 호모인지는 알 수 없지만(바이:by sexuality, 양성을 다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대단한 숫자다.

지난 대선 때 고어는 부시에게 수 백 표 차이로 떨어졌음을 감안해, 1,200만 명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 선거를 치른다면 그 영향은 엄청나다. 그러나 다시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부시나, 사실상 민주당 후보가 된 케리도 동성결혼에 관한 입장은 보수적이다. 동성애자보다는 이성애자가 훨씬 득표에 보탬이 된다는 계산일 것이다.

아는 사람들에게 동성결혼에 관해 질문을 했다. 결혼 생활 10년이 넘은 어느 부인은 “아유, 이성도 지겨운데, 동성은 생각하기도 싫어요!” 30대 젊은 남성은 “여성끼리의 키스는 그렇고 그런데, 남성끼리 하는 키스는 징그럽다” 40대 한 여성은 “동성결혼은 절대 반대” 20대 여성은 “혼자 살지, 동성끼리는 안 살아” 등등으로 한인은 거의 부정적이다. 그러나 ‘뉴욕데일리’지가 3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뉴요커중 53%가 동성결혼에 긍정적이라 한다.


하리수와 같은 선천성과 나의 동창과 같은 후천성 호모의 경우, 남자가 남자를 사랑해 결혼한다고 할 때 반대된다면 인권의 이슈다. 한국에 사는 하리수는 성(Sex) 자체를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었다. 합법적으로 여성이 된 케이스로 자유스럽게 남성을 사랑할 수 있다.

우주엔 법칙이 있다. 코스모스(Cosmos)다. 코스모스는 질서다. 달이 지구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도 우주의 법칙에 따라 운행되는 질서 중 하나다. 사람의 인체도 우주와 자연의 법칙 을 떠나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남자와 여자가 하나 되는 것은 우주의 법칙, 즉 자연의 법칙 중 하나에 의해 결합되는 것이다. 남녀의 신체구조가 그렇게 생겼다. 동성간의 사랑과 섹스행위는 자연스레 만들어진 신체구조에는 부적합하다. 성을 받아들이는 곳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동성간 결혼은 우주의 법칙을 깨며 하늘을 무시하는 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하니 어찌하랴, 그것이 문제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