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10명중 1명꼴 경험
가족 세심한 배려가 명약
호르몬 변화로 출산후 2~3개월내 시작
심할 경우 자살충동… 정신병 악화도
흥분·짜증때 남편의 따뜻한 위안 도움
한국의 프로 바둑기사 유창혁씨의 부인인 MBC 김태희 아나운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직접 사인은 기도질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정됐지만, 2주전 미숙아를 낳은 뒤 산후우울증에 시달려 왔다는 가족들의 얘기가 전해지면서 산모를 집에 둔 남편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아기를 낳은 뒤 아내가 자주 눈물을 보이고 짜증을 내는 데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혹시 산후우울증에 걸린 건 아닐까.” 출산 후 건강검진을 위해 다시 산부인과를 찾은 산모들의 질문에도 한가지가 더 보태졌다. “잠도 잘 안 오고 현기증, 건망증에 밥맛도 없고 계속적인 피로와 무기력증에 시달리는데 혹시 산후우울증 아닌가요.”
산후우울증이란 말 그대로 출산 후에 겪는 우울증을 말한다. 정도에 따라 크게 산후우울감(Postpartum Blues),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 산후정신병(Postpartum Psychosis) 등 세 단계로 분류한다. 베이비 블루스(Baby blues)라고도 하는 산후우울감은 많게는 80%에 달하는 산모들이 경험하는 일시적인 우울한 기분으로 대개 출산 후 일주일쯤 지나면 없어진다.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고, 가족 특히 남편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명약이다.
산후우울증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병적인 증세로, 산모 10명 중 1명 꼴로 경험하며 출산 후 2∼3개월 안에 시작된다. 치료받지 않으면 1년 넘게 지속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자살을 생각하거나 아이를 해치고픈 충동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매우 극심한 상태인 산후 정신병은 원래 신경증적인 증세가 있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만큼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다. 0.1∼0.2%의 산모에게서 나타난다.
산후우울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성호르몬의 변화가 1차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임신기간에 아주 많이 증가했다가 출산 후 48시간 내에 90∼95% 정도 감소해서 점차 임신 전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이러한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우울증 유발에 어느 정도 관여하리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또 분만 후 급감하는 갑상선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생물학적인 요인들에 분만 후 약해진 몸, 육아의 어려움,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족, 남편의 도움 부족 등이 겹치면 발병 확률은 더 높아진다. 임신·분만시 장애를 겪었거나 미혼모나 산모의 나이가 20세 미만이어도 산후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산후우울증은 산모 자신뿐 아니라 남편을 비롯한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아기에게도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며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대개 3∼6개월이면 증상이 호전된다”고 말했다. 증상이 호전된 뒤에도 수개월간 치료는 계속 받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충분한 수면과 휴식, 영양섭취를 통해 산모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남편의 노력과 정신적인 위안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피곤하고 지쳤다는 생각이 들면 짜증이나 화를 내지 말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심리상태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산후우울증 치료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산모 자신이 쥐고 있는 만큼 아기를 부담이나 희생이 아니라 기쁨을 맛보게 할 보물로 받아들이는 마음자세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복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