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 한인대학생의 죽음

2004-03-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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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실종됐던 한인 MIT대학생 대니얼 문 군이 지난 28일 보스턴의 찰스 강에서 시체로 발견되어 한인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숨진 문 군에 대한 부검 결과는 특별한 외상이 없는 상태여서 사인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죽음에 대한 궁금증에 앞서 그가 명문대학까지 갔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꼭 문 군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기에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자살하거나 우울증에 걸려 학교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도중 탈락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난다. 특히 명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이런 문제는 더 더욱 심각하다.


공부에 대한 심한 압박감에다 친구관계, 학교에서의 적응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대학만 들어가면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 군의 부친도 멀리 아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기숙사를 자주 찾지 못해 대화가 단절됐던 것이 몹시 후회스럽다고 털어놓았다.

한인부모들은 돈 버느라 바쁘고 피곤한데다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들어갔으니 안심하여 방심하는 수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녀가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있으며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를 수가 있다.

한인학생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때까지는 가정에서 부모들과 함께 지내다가 대학 때 기숙사로 가서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되는데 이 때 부모들이 잘 배려해주지 않으면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모와 떨어져 새로운 생활을 하는 자녀들의 학교생활, 친구관계 등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부모들은 한층 더 경각심을 갖고 자녀들에게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관심을 가지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한인학생이 많은 학교 내에는 학생들의 문제점을 상담하고 도와주는 프로그램 설치도 건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문 군 사건을 계기로 자녀를 대학에 보낸 한인 학부모들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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