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전쟁에서 얻는 교훈

2004-03-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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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규(아르헨티나 계간지 전 코미노니아 편집인)

지난 2월 초 뉴스데이는 전면에 미국에서 가장 어린 영웅들 7명의사진을 게재하고 그들에 대한 일화들을 여러 면에 걸쳐 소개했다. 지금까지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미군 500명 이상이 전사했는데 그 중 이들 7명은 그들이 전사할 때 겨우 18세였다고 한다.

우리들이 뉴욕에서 편하게 생활할 때 이 어린 병사들은 1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치러진 전쟁에서 미국의 안전을 위해, 또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젊은 목숨을 산화한 것이다.


그들 중 마이클이라는 병사는 바그다드에서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는 자기 집으로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우리가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들어올 때,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도로 옆은 음식을 구걸하는 굶주린 사람들로 가득 찼다. 4~5세로 보이는 아이들도 차를 따라 같이 뛰었
다. / 중략 / 한 아이를 보았다. 병들어 보이는 그 아이는 맨발이었다. 음식을 구걸하기 위해 그 아이는 please, please 하며 연방 입술을 달싹거렸다. 133도의 폭염 속에서 그 아이는 오래 견딜 것 같지 않았다...==

이 편지를 집으로 보낸 마이클군은 같은 해 크리스마스 다음날 로켓탄 폭격을 받고 전사했다.그는 죽기 전 집에 여러 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는 굶주린 이라크인들을 직접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에 대해 쓰고 있다.

9.11 공격을 받고 미국인들에게 세계 평화를 파괴하는 악의 세력을 응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무섭게 일어났다. 가공할 미국의 힘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을 돕는 이라크를 제압하기 위해 출정한 마이클군이 이라크로 진군하면서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미국의 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던 것 같다. 힘으로 일시적으로는 적을 제압할 수 있지만 그들의 굶주림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적은 언제, 어디에서든지 다시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매주일 벨 블러바드에 있는 한 교회에 출석한다. 그곳에서 설교하는 목사님은 가끔 이런 얘기를 하신다.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 중에 미국에 살고, 그것도 뉴욕의 베이사이드에서 사는 여러분들이 조금 힘들다고 불평하면 안됩니다”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냥 가볍게 웃고 만다.

무슨 소리냐, 장사는 안되는데 렌트는 오르고 아이들 걱정 또한 태산같은
데, 하는 뜻이 그 웃음 속에 짙게 깔려있다. 그러면 설교하는 목사님은 조금 더 설명을 한다.

“지금 세계 60억 인구 중 8억명은 매일 굶주린채로 잠자리에 들고 하루에 3만명 이상은 굶어서 혹은 가벼운 항생제 하나로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끝없는 욕심 때문에 걱정을 만들고 불평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는 삶을 더 단순화하고 더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남는 것을 그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거대한 소비국가이다. 미국인들의 엄청난 소비 습관을 어쩌지 못하는 정부는 이들의 소비 습관을 유지시켜 주기 위하여, 세계 모든 나라들이 동의하는 에너지 절약협정, 환경보호협정 등을 무시해서 전세계에 반 미국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래가 없는, 점점 대형화 되어가는 자동차로 거리를 달리고,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수한 일회용 용품들을 사용하고 버려서 지구를 황폐화 시킨다.

이러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일상화 된 것들이 고쳐져서 같이 나누지 않는 한 우리는 우리의 자식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마음 졸여야 하고 또 언제 우리 주변에서 테러가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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