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대선을 통해 본 대통령의 역할

2004-03-03 (수)
크게 작게
써니 리(보스턴 퍼블릭스쿨 교육위원)

근세사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는 영국의 처칠과 프랑스의 드골대통령, 미국의 루즈벨트대통령들은 한 국가의 운명을 찬란하게 꽃피운 주역들이다.

국가 발전에 절대적 초석이 되었을 뿐 아니라 국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미래의 비전을 안겨준 국민의 지도자들이기도 하다. 이에 동양사회에서는 동양의 선진국으로 발전시킨 싱가폴의 리관유 수상이 이들에 버금간다 하겠다. 서양에 태어났으면 처칠을 능가하는 뛰어난 지도자가 되었을 것이라 미국의 헨리 키신저가 극찬한 리관유 수상은 싱가폴의 역사를 새롭게 쓴 지도자다.


한국은 해방 이후 지금껏 그 어느 정부, 어느 공화국, 어느 대통령도 국민에게 그다지 희망을 주지 못했고, 또한 국가 미래에 밝은 비젼을 제시하지 못했다. 제3국형의 정치 후진국이라 낙담하기에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일궈놓은 눈부신 국가 성장이 분단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세계의 대열에 서게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미국의 대기업들 조차 적자와 파산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삼성은 반도체와 IT기술 분야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며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또한 연봉 6,000만원의 서울대 교수들이 유전자부분의 학술업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은 핵문제로 국제사회를 혼란시키며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현 참여정부는 국가경영의 내실을 튼튼히 하고 자주적이며 실리적인 외교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그다지 큰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해방 이후 역대 정권의 대통령들과 미국의 대통령들과의 관계는 참으로 미묘하면서도 의존적이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한국이 군사적으로 미국의 동북아 방위권 내에 속해 있고 진정한 의미의 국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한국에 주둔해 있는 막대한 미군사력으로 인해 한미관계에 상당한 중점을 두어온 것이 사실이나 그것은 미국정부와 국무성의 정책에 의해 한국이 호응해야 하는 주종관계나 다름 없었다.

그렇다면 최근의 상황들을 살펴보자. 김대중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으나 실질적으로 한미관계의 정상화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다행히도 클린턴정부는 대북정책에 상당히 우호적이어서 남북한 교류에 큰 장애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막강한 공화당 파워를 등에 업고 외교노선에 미국의 초국가적인 헤게모니를 행사하려는 강경노선을 견지해 왔다.

2004년 대선전에 분주한 미국의 차기대통령에 의해 한미관계, 남북관계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에도 우호적인 월남전의 영웅 존 케리 상원의원이 선전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강력한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공화당 내 단독후보나 다름없는 부시대통령은 재선이 거의 확실시 된다.


한국은 이제 노무현 정부가 정착하여 국정수행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를 기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창당과 대통령의 입당은 노무현대통령의 지지기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역량있는 의원들을 대거 배출하여 대통령이 국가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절대적 주춧돌로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추수감사절에 이라크를 방문하여 군사들을 격려하며 보인 부시대통령의 눈물이 재선을 위한 정치적 쇼라 보는 이도 있으나 국가의 최고지도자로서 목숨이 위태로운 전쟁터에 날아가 자국의 군사들을 격려한 것은 그의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한국은 아직 4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고 그래도 노무현 정부에 많은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국민들은 믿고 싶을 것이다. 해방 후 반세기 동안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정부하에서도 한국은 고도의 성장을 이룩해 왔다. 이제는 그러한 국민의 잠재력을 지도자가 정확히 파악하여 한 배에 탈 수 있는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믿어보고 싶은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