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가격파괴, 가격할인

2004-03-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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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편집위원)

‘박리다매!’
박리다매는 말 그대로 이득을 적게 보고 많이 파는 영업방식을 말한다. 박리다매는 회전을 높인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격을 낮추어 이전에 비해 더 많은 고객을 흡수한다는 논리이다. 박리다매는 이윤을 많이 창출해야 한다는 기업의 생존원리와는 다르지만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마케팅 방법임은 분명하다.

경기가 침체되면 으레 저가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기 마련이다. 불황일 때 박리다매 전략은 고객만족을 높이는 자극제로 활용된다.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자들이 가격에 가장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한인업소들이 불황 타개를 위한 자구책으로 저가공세를 펼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게다.


한인업계에 저가공세 바람이 불고 있다.한인업소들이 불황으로 얼어붙은 한인 소비자의 소비 심리를 녹이기 위해 ‘가격파괴, 가격할인’ 등의 카드를 꺼내 든 것. 이 같은 박리다매의 전략은 업종이 따로 없다. 식당, 횟집, 술집, 의류업소, 여행사, 전자제품업소, 셀폰 업소 등 한인사회의 거의 대부분 업소가 가격을 낮춰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펼치는 박리다매 전략은 모든 제품을 원가 이하 공장도 가격으로 판매함을 표방하는 가격파괴에서부터 50% 이상의 파격 세일을 내세우는 가격할인 그리고 가격할인은 물론 선물공세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가격할인을 실시하는 한인업소들 가운데는 합리적인 가격할인 전략으로 인기를 끌며 재미를 톡톡히 보는 업소들도 꽤 있다.

예를 들면 품질은 고급화하되 양을 줄이고 대신 가격을 내려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 주는 업소, 손님이 적은 데드 타임 대에 가격을 할인해주는 해피 아워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업소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한인업소가 업종과 상관없이 박리다매 전략을 펼치는 것은 불황이 지속되면서 합리적인 소비가 확산되는데 따른 대응책이 아닌가 싶다. 합리적이고 신중한 소비자들을 공약하는 데는 품질이나 가격거품을 제거한 실속전략이 효과적이며 가장 대표적인 실속전략이 바로 ‘가격파괴와 가격할인’이라는 박리다매 전략이기 때문이다.

박리다매 전략인 가격할인은 더 많은 고객 유치를 위해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격파괴와 가격할인 등의 가격전략을 매우 신중하게 적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격파괴는 모든 제품의 가격을 일률적으로 내리는 전략이다. 가격할인은 제품별로 차등을 둬서 특정 제품의 가격만 내리거나 요일마케팅 또는 제고처리 등 테마별로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고객 수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 파괴에서 품질저하는 자살골이나 마찬가지며 가격 할인 전략이 너무 잦아지면 싼 집이라는 이미지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때문에 가격파괴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소비가 일반화됐음을 감안, 품질을 낮추기보다는 양을 조절하거나 투자비나 인건비 절감, 원재료 거품 제거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격할인 전략은 마케팅 차원에서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너무 잦아지면 늘 싸게 파는 집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정상가격으로 제품을 팔기가 어려워지며 지나치게 많은 품목에 적용하면 전체 수익구조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리다매 전략은 이처럼 저마다 비슷한 색깔을 가질 수밖에 없는 동종업소간의 경쟁에서는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이 될 수도 있지만 무조건 가격만 낮춘다고 고객이 늘어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말이다.

무엇보다, 한인업소들이 펼치는 박리다매의 가격전략이 과당경쟁으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식의 고육지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뉴욕에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왔다. 한인업계도 침체를 다소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듯 하다. 한인업주들의 마음에도 하루빨리 따스하고 포근한 봄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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