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장학금의 의미

2004-03-01 (월)
크게 작게
얼마전 한 아시안 미술 단체의 장학생 선발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맨하탄 차이나타운에 있는 이 단체는 한인 작가들을 포함 아시안 화가들을 초청한 연례 그룹전을 개최하는 한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해오고 있다.이날 기자회견의 요지는 이 단체에서 실시하는 어린이 미술 교실을 무료 수강할 수 있는 장학생을 선발한다는 것.

그러나 회견장에 가본 기자는 한인 사회에서 제공되는 액수에 비해 너무 미미한 장학금 규모에 놀랐다.전액 장학금이 240여 달러이고 장학생 선발 인원도 전액 장학생 2명, 반액 장학생 2명 등 4명을 선발한다는 것이었다.


어린이 무료 미술 교실 장학금은 그림을 배우고 싶어도 형편이 안되는 어린이들을 선발, 미술지도하기 위한 것으로 지역 은행이 재정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주최측은 아시안 언론 기자들을 대거 초청, 이같은 취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보통 한인 단체들이 주는 장학금은 1인당 1,0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대학 진학반 학생들에게 주어지고 장학금 수여식에서 주는 장학금 총액도 5,000달러를 넘는 것으로 안다. 참으로 대조적이다.

차이나타운의 기자회견에 참석하면서 속으로 ‘아니 겨우 그 정도 액수 갖고 기자회견을 하나’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주최측은 너무도 진지하게 설명을 했고 귀찮더라도 세금보고서를 지참,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대신해 장학금 신청을 해달라고 했다.

한인 부모들 중에서 몇 명이나 신청할 것인가 의아했다. 단지 4명을 뽑기 위해 그것도 1인당 120~240 달러를 받는 장학생을 선발하는 신청서에 몇 명이나 기재를 할까.

그러나 장학금은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임을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알게 됐다.

개인 호주머니에서 선심 쓰듯 혹은 격려차원에서 생색내려고 주는 장학금이 아니라 비록 적은 액수라도 미주류 은행의 후원을 받아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주는 장학금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김진혜(특집부 부장대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