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70대는 즐겁게

2004-03-01 (월)
크게 작게
따뜻한 봄빛이 쪼이기 시작하면 긴 겨울동안 입었던 무거운 자켓을 벗어버리고 곧, 또 스웨터도 벗고 티셔츠만으로 가볍게, 시원하게 다니는 마음 가벼운 여름이 온다. 70대는 바로 그 여름철과 같다.

그동안 긴 세월 동안을 시간에 쫓겨다니면서 규칙에 구박을 받고 뛰어야 했고 가지각색의 고통을 극복하면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제는 어느덧 그 모든 것이 역사가 되어 버렸으니...

마음 가벼운 그 여름 옷차림 같이 70대는 즐겁다.거의 반세기 동안을 손을 붙들고 사랑의 꿈을 나누고, 위로하고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온 남편, 이제는 상호의 건강과 보건을 위하여 하루 하루를 평안하게 그 여름날 옷차림 같이 가볍게 살아야지.


망각(Oblivion)의 혜택으로 그동안에 일어난 고통, 슬픔, 그리고 눈물겨웠던 일들도 모두가 수증기같이 날라가 버리고 우리의 마음은 평화스러운 즐거운 70대다.

일어나고 싶을 때 잠을 깨어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배를 채우고, 걸어다니고 싶을 때는 하늘에 뜬 흰구름을 세어가면서 천천히 걷고, 앉고 싶을 때 조용히 의자에 앉고 집에 가고 싶을 때는 가서 쉬고, 우리 70대는 자유로운 세대. 가볍게 옷차림을 한 여름철 같은 자유인이다.

걱정을 하려면 태산 같지만 이제는 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하니 기분도 가볍고, 다만 우리 두 사람의 inner-peace와 보건만을 살피어 조용히, 웃음으로 하루 하루를 지나는 것이 우리 70대의 기쁨. 우리는 자유로운 70대 사람이다.

자식 걱정이라고요? 아니요, 열심히, 곱게 곱게 기르고 고등교육을 실컷 시켰으니 그 다음은 본인들 책임이지요.우리 70대는 걱정과는 멀어져서 우리는 우리 서로만을 위하여 마음을 쓰되 70대를 자유롭게, 그리고 70대를 즐거이 지내리라.


김숙자(전 재미한인학교협 동북부지역협의회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