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순(矛盾)

2004-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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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모순’의 뜻을 찾았더니 ‘일관성 없음’ ‘불일치’ ‘상반됨’ ‘대립’ 등의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나와 내 주위를 살펴보면 상반된 모순 가운데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혹 나는 어떤 모순 속에 살고있는지 지펴보자.

언챙이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치고 있다. ‘바담 풍’ 하면서 따라 하란다. 아들은 거침없이 ‘바담 풍’ 한다. 귀는 멀쩡한 아버지, ‘바담 풍이 아니고 바담 풍’… 하지만 따라 하는 아들은 여전히 ‘바담 풍’한다. 자신이 언챙이인 까닭에 ‘바람 풍(風)’ 하지 못하는 사실을 모르고 열을 올리고 있다. “얘야, 나는 바담 풍 하지만 너는 바담 풍 하란 말이다”자신을 모르는 데서 오는 모순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게 운전중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2개를 들어보라고 했더니 첫째, 끼어들겠다고 차 머리를 디미는 경우와 둘째, 사정이 급해 끼어들려는데 조금도 양보가 없을 때라고 했단다. 생각 없이 행동하고, 말 하는데서 오는 모순이다.


부당한 방법을 이용하여 보기 좋은 콩나물이나, 단단한 두부를 만들어 파는 부정식품업자가 자기 식구들에게는 절대로 먹지 말라고 하면서 다른 상점의 것을 사다 먹고, 먹이면서 자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교육비를 척척 쓰는 가장. 남은 물론, 자식 조차 생각 않고 오직 자신밖에 모르는데서 오는 모순이다.

적선을 구하는 홈리스에게 “노”하고는 동행하는 사람이 베푸는 것을 보고, 민망했던지 “햄버거를 사달라면 사 주겠지만 현금을 주면 술이나 마약을 사는데 쓰겠기에 안 준다”는 성직자, 일단은 베풀고 그를 위해 기도해 주었으면 좋으련만…자기를 정당화하려는 위선에 찬 모순이다.

선거 때가 되면 선거법 위반쯤은 다반사로 여기면서, 입법기관인 국회의 의원이 되겠다고 하는 입후보자나, 국회의원이 되서는 더 큰 먹이를 찾는 철새 정치인, 정치자금법을 만들어놓은 정당들이 기업들로부터 차떼기로 돈을 챙겨 당세를 키우기에 혈안인 정치정당들. 이상 열거한 모순은 물론, 온갖 모순의 덩어리다.


김 홍 근 (무궁화상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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