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발로 뛰고 싶은데...

2004-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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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교육분야를 담당해 온지 햇수로 5년째다.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가장 어려운 취재대상은 언제나 학교 또는 학교 관계자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교육과 학교와는 직결되는 관계지만 학교 출입이 가장 어려운 이유는 우선 기자들의 출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기사나 사진에 학생이나 교사의 얼굴 또는 개인신상이 노출될 경우 우려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란다.

부모동의서 없이는 사진촬영이나 인터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뿐만 아니다. 취재 한번 하려면 이것저것 사전에 제출해야 할 서류도 복잡하고 까다롭다. 더군다나 학교의 일 처리도 무척 더디기 때문에 항상 기자들을 애먹인다.


특수고교 탐방기사 작성을 위해 각 학교에 e-메일, 우편, 팩스, 전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취재요청서를 전달했을 때도 한달 반이 지나서야 그중 단 한 곳으로부터 `시교육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 오라’는 맥빠진 답변을 받았을 정도다.

얼마 전에도 한국의 전통문화 행사를 개최한 학교를 찾아 교장과 무사히(?) 인터뷰는 마쳤지만 사진촬영에 또 제동이 걸렸다. 언론을 상대할 때는 상부의 규제가 까다로워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해하던 교장은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도 30여분을 더 기다리게 한 뒤에야 어렵게 사진촬영을 허락했다.

뉴욕시 교육국에는 언론담당 PR부서가 있어 그나마 기자들이 관계자들과 수시로 연락이 가능하다. 하지만 학군사무실은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면 여기저기 다른 부서로 뺑뺑이(?) 돌리며 물먹이기 일쑤다.

교육담당 기자들의 이같은 어려움은 소수계 언론 뿐 아니라 주류사회 언론도 마찬가지. 최근 한인학생 밀집지역인 퀸즈 25·26학군 관할 리전 3학군에서 학군사무실 직원들에게 발송한 e-메일이 도마에 올랐다.

`기자가 전화를 걸어오면 무조건 법률자문위원과 통화하도록 하라’는 함구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뉴욕 자유인권 연합(New York Civil Liberties Union)’은 이에 대한 위법여부를 심사해달라며 법원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관계자들이 생생한 현장을 기록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기자들에게 하루빨리 편의를 제공해주었으면 한다.

이정은(특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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