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못 만난 사람이라면

2004-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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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기까지 혼자서 살다 간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만은 어차피 인생행로란 섞여서 가야만 하는 숙명이라 거기에 숨어있는 복병이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 복병은 다름아닌 성격인 것이다.

성격은 지내보고서야 알게되는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민사회에서도 이 성격차이로부터 오는 문제가 커다란 불덩이로 불거지고 있고 상대를 상대할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아주 쉽게 헤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세상을 사는데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만나는 사람이고 처음에는 잘 모르고 만나는 것이 만남이다.

친구도 그렇고 이해관계로 만나는 사람도 그렇고 심지어는 부부도 그렇다. 시간이 지나고 겪을 것 겪어본 후라야 그 사람의 성격도 알게 되고 본의든 아니든 간에 감춰서 들고온 본성과 천성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측량할 수 없는 불가사이의 하나인지로 오랫동안 함께 살아도 그 마음을 분간하기가 어렵다. 마음의 표정과 색깔이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를 뿐 아니라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에 따라서 사람마저도 전혀 다른 모양새로 바뀌는지라 여간해서는 그 사람의 본연을 분간하기가 어렵다.

사람의 성격에는 품성과 본성이 있고 그리고 천성이 있다. 품성은 그 때 그때 수시로 나타나는 인격의 잔물이라 금방 알 수가 있으나 본성은 얼마간 지나보고서야 짐작이나 눈치로 알 수 있다. 다행히도 이 두가지의 성격은 마음만 다부지게 먹는다면 자신의 노력이나 후천적인 교육으로 다스릴 수 있으나 문제는 천성에 있다.

천성이란 것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딱 들어맞게 답이 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고치지 못하고 짊어지고 가야하는 이 천성이 불행하게도 타인을 괴롭히는 쪽의 천성이라면 그 사람과 같이 사는 상대는 같이 사는 날까지 괴로운 것이다.

소피아를 부인으로 살아본 톨스토이의 괴로움도 그러했고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의 발견도 곧 살아보고서야 알아낸 구체적인 개념의 확인서인 것이다.대체적으로 이런 상황을 두고 성격 차이라고 말을 한다. 천성에는 맹자의 말씀처럼 순하고 유연한 천성이 있고, 순자의 말씀처럼 독하고 악착스러운 천성이 있다. 천성은 누구나 스스로도 알지를 못하였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등뒤에 몰래 감춰두고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

아무도 모르던 천성이 좋은쪽에서 손뼉이 마주친다면 성격 차이도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은 불행하게도 상대를 괴롭히는 쪽이라면 연극배우의 연기를 배워서라도 비켜가는데에 익숙해져야 하고 눈치를 보고 때를 고르는 데에도 노련해지도록 연습이 있어야 한다.

남편이나 아내가 평화를 알고 지혜로우면 아내는 가정을 이끄는데에 힘이 생기고 남편은 활동하는데에 힘을 얻는다. 아내가 지식에 치우치면 입으로만 살게 되고 남편이 꿈만 가지고 헤맨다면 다리만 쑤시고 가정이 부실하게 된다. 하고 싶은 투정이 있어도 분별을 가려서 안다면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분명하게 길이 보인다. 부부가 참는데에 도가 트고 어려운 일을 참아서 넘기는데에 당당하면 그 가정은 힘이 생긴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인위적인 미화의 말 한 마디가 부부를 하나로는 만들지 못한다. 인위적인 노력만이 지속의 힘이다. 등 돌리면 부부는 남이라는 감춰진 비수가 있지 않는가!

삼계천에서 남남으로 무한하게 지내다가 인연이 있어 이승에서 몸으로 만났지만 세상살이 몸으로 끝나는 날 또다시 남남으로 도솔천 하늘가로 흩어져 갈 것이다.성격 차이로 고심하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으로 이 짧고도 짧은 이승살이의 미래를 바라보고 살 길을 찾겠는가?


김윤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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