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나체 주인을 안 만나는 법

2004-02-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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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백인 탑 에이전트가 직접 겪은 일이다. 손님 부부에게 집을 보여주기로 하고, 보여줄 집 리스팅 에이전트에 전화를 했더니 집이 비어있으니 직접 가라고 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랐다고 그 집 앞에서 다시 그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도 안 받았다. 빈 집이 확실했다. 정문을 열고 ‘집 안에 누구 계십니까?’소리지르며 확인을 했다. 1층을 보여주면서 혹시 몰라서 방문들을 열기 전에 확인을 했다. 확실히 빈집이었다. 2층에서는 내 집마냥 부담 없이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마스터 베드룸을 보여주고 욕탕으로 향하는데 주인 여자가 샤워를 하고 벌거벗은 몸으로 나왔다. 샤워를 하느라고 이 에이전트의 소리를 못들은 것이다. 완전 나체인 주인여자와 이 에이전트, 손님 부부가 마주 섰다. 짧지만 평생인 듯한 침묵이 흐른 후 이 에이전트가 이렇게 말했다.
“Seller, these are buyers.” (주인분, 바이어를 소개합니다.)
그 에이전트는 그 일로 인해서 3개월 경고를 받았다고 한다. 자기는 모든 규칙을 따랐는데 억울하다고 했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손님 부부에게 집을 보여주려고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했더니, 집이 비어있으니 직접 가라고 했다. 아직은 집안을 보여줄 준비가 안되었으니 운전하면서 지나가라고 했다. 차를 몰고 가서 밖에서 만 보려고 하니, 손님 부부가 내리고 싶어 하셨다. 그 때 전화가 와서 나는 차 옆에서 전화를 받고, 손님 부부는 집 주위를 기웃거리다 창문으로 실내를 들여다 보셨다. 속으로 집 앞에 너무 가까이 안 가시기를 바라면서도 빈집인데 어떠랴 하고 전화 통화에 열중했다. 갑자기 백인 청년이 대발 대발 소리를 지르면 뛰어 나왔다. 손님 부부에게 trespassing을 했으니 경찰을 부르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전화를 끊었는지 아니면 안 끊은 채 주머니에 넣었는지 기억이 없다. 바로 이 순간 내가 에이전트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평소에 조용한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싶었는데…. 내가 손님의 방패막이 되어 나를 소개했다. 그 청년은 집을 팔 생각이 없고 우리가 그 전날도 와서 그 집 마당을 서성거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해도 내 비즈니스 카드를 달라고 하고 경찰에 연락한다고 했다. 혼자 달아나고도 싶었지만 손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내 카드를 주고 그 곳을 떠났다.
손님에게 미안하고 리스팅 에이전트에 화가 나서 전화를 하니 그 집이 probate sale 소송에 휘말려 있었다. Probate 는 주인이 상속자를 확실히 문서화 해놓지 않고 죽으면 상속자를 법원에서 정해야 팔 수 있는 집이었다. 결국 그 집에 살고 있는 ‘남자님’과 그 누이 사이의 싸움에 손님과 나의 등이 터진 격이다.
나는 집을 보여주는 동안 손님의 안전은 에이전트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대통령 특별 경호원은 아니지만 손님의 안전을 위해서 에이전트가 방어막이 되어야 한다. 집을 보여 줄 때 특히 주의하는 것은 개의 유무이다. 개가 있는 집은 두 세번 확인하고 만일을 위해서 내가 손님의 앞장을 서서 집을 안내한다. 손님들도 집을 보실 때 에이전트에 앞서서 아무 문이나 열어보지 마시고, 에이전트의 안내를 받으셔야 한다. 그 문 뒤에는 나체인 주인, 화난 청년, 아니면 3일 굶은 개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정학정 (뉴스타 부동산)

(310) 619-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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