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래도 되는 것인가

2004-0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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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토요일 아침, 손자를 대동하고 플러싱 노던블러바드 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소위 다이너라고 불리우는 미국식당을 찾았다. 미국에 와서 언제부터인가 가끔 이런 식당을 찾아 아침식사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인과 만나 차도 한 잔 나누며 담소도 하는 장소로 자주 이용을 하고 있는데 평소에도 이곳 식당에는 많은 우리 동포들이 식사 겸 만남의 장소로 이
용하는 휴식공간 역할로 동포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식당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식당에 출입하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모습 속에서 “저러면 안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필자가 낯 붉어지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고 최소한 식당 내는 물론이고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공중도덕 면에서 시정하지 않는다면 문화국민으로서 존재 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 생각이 되어 몇가지 말하고자 한다.

이는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이 식당을 출입하고 있는 양식있는 동포라면 아마도 공감하는 일이며 같은 생각일 것이라 생각한다.


<장면 1> 붐비고 있는 식당 안에는 약 절반 가량의 동포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는데 유난히도 큰 한국여성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XX엄마? 나 지금 다이너에 와 있는데 빨리 나오라구…” “야, 웃기지 말어…” “너 요새 수상해…” “잔소리 말고 빨리 나와…”

부시시 단정치 못한 머리 스타일에 신발을 벗어 식탁 밑에 놓고 의자 위에 두 발을 다 올려놓고 벗은 코트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핸드폰을 높이 치켜들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장면 2> 그 건너편에 한국인 남녀가 열심히 식사하고 있는데 문쪽에서 왁자지껄 네 명의 남녀가 들어와 이들과 합석한다. “아침 식사 어떻게 했어?” “어, 우리 지금 해장국 먹고 오는 길이야…” “그럼 커피라도…” “아, 됐어. 신경 끄고 이것 좀 보라구…” 하며 어떤 종류의 인쇄물을 쭉 늘어놓는데 필자가 힐끔 쳐다본 그 인쇄물은 어느 교회에서 사용된 인쇄물인 듯 싶고 그들은 같은 교회의 신도인 듯 싶었다.

<장면 3> 문이 열리면서 검정색 가죽코트에 검정색 가죽으로 된 모택동식 챙 달린 모자를 쓰고 까만색 색안경을, 실내에 들어서면서 모자 위에 슬쩍 올려놓는데 핸드폰을 두개씩이나 목에 걸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웨이터의 안내도 없이 4인용 식탁에 혼자 당당하게 앉는다.

상해 또는 홍콩에서 온 중국인이겠지 생각한 필자의 짐작은 “여보시요… 음… 난데 몇시가 좋은가?” 하는 유창한 한국말에 빗나가고 말았다. 그런데 그 사람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은 무선기 겸용의 워키토키식 전화기였다.

상대방의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시끄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12시 점심 같이 하자구…” “그래…? 잠깐만…”하며 다른 한 개의 핸드폰으로 누군가를 호출하더니 “음… 난데 12시에 먼저 그 식당으로 오라구… 알았지?” 그 순간 무선전화기에서는 연신 “여보세요… 여보세요” 한다.

마침 그 옆자리로 안내되어 들어오던 미국인 부부가 이 광경을 목격하더니 아무 소리 없이 한편 구석으로 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또 있다. 5,6명의 한인들이 둘러앉아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손길 위에 축복 나려
주시옵소서, 아멘” 이 모든 시간들이 아침 10시 전후의 일이다. 많은 손님들이 붐비고 있는 이 시간에 이것이 무슨 가관의 장면이란 말인가.


세계 각 나라 사람들이 살고있는 곳에서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하며 무례한 짓을 해도 무방한 것인지? 가뜩이나 동양인의 처지로 무시 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래도 되는지?

어느 아침 어느 자그마한 식당에서 있었던 코미디 같은 해프닝이었지만 이제는 진실로 잘못된 우리들의 사고방식이나 고집 따위는 시정하고 반성하며 문화국민으로 이 땅에 살아가는 현명한 지혜로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권병국(픽포스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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